시장에서는 휴전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전면전 가능성이 후퇴했다는 점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빠르게 회복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협상 진전에 따라 재개방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에너지 공급 우려도 완화되는 분위기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8일(현지시간)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5% 상승한 4만7909.9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51% 오른 6782.8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0% 급등한 2만2634.99에 마감했다.
S&P500은 3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회했고, 다우지수는 2025년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2.97% 오른 2620.46에 거래를 마쳤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18.4% 급락한 21.04를 기록하며 이란전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국제유가는 전쟁 리스크 완화 기대에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8.54달러(16.41%) 내린 94.4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4.52달러(13.29%) 하락한 배럴당 94.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기준금리가 12월까지 25bp 인상될 확률을 24% 가량 반영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되면서 달러화는 연초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8% 떨어진 99.05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7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 추이 (그래픽=CNBC)
시장에서 다시 ‘리스크온(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살아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주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약 5주간 이어진 충돌이 일시 중단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것이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전략가는 “위험자산은 상승하고 유가는 급락했으며, 달러는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기로 했다”며 “이란의 10개 항 제안은 협상의 실행 가능한 기반”이라고 밝혔다. 이번 휴전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쌍방 휴전’이라고 설명했다.
이란도 조건부로 해협을 재개방하기로 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모든 공격이 중단될 경우 2주간 해협을 열겠다”며 “통항은 이란 군과의 조율 하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역시 휴전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포지션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 바클레이스는 현재 시장이 강한 ‘숏 스퀴즈(short squeeze)’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 장기화를 예상하고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매수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주가가 예상과 달리 오르면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급히 매수에 나서는 구조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들의 숏 포지션 청산 속도는 팬데믹 이후 반등기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변화가 뚜렷했다. 유가 급등 우려로 타격을 받았던 항공주가 급등했고, 반도체 등 경기민감 업종도 강하게 반등했다. 반에크 반도체 ETF는 5.8% 상승했고,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각각 5%, 7.7% 올랐다.
엔비디아(2.2%), 알파벳(3.6%), 애플(2.1%), 아마존(3.5%), 메타(6.5%) 등도 강하게 반등했다. 반면 테슬라는 이날도 1% 떨어지며 약세를 이어갔다.
전쟁 기간 강세를 보였던 에너지주는 약세로 돌아섰다. 엑슨모빌과 셰브론 주가는 각각 4.7%, 4.3% 이떨어졌다.
항공, 여행, 크루즈 관련주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항공업종은 5.7%, 여행·레저는 5.2% 상승했고, 크루즈 업체 카니발은 11.2%,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은 7.6% 올랐다.
델타항공은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3.8% 상승했고,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각각 6.7%, 7.9% 급등했다.
◇미·이란 휴전 첫날부터 삐걱…레바논·호르무즈 ‘뇌관’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구조적 상승 전환이라기보다 ‘조건부 랠리’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친이란 무장조직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고, 이란은 이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봉쇄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은 휴전과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리바프 국회의장도 레바논 공습과 영공 침범 등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협상은 비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이스라엘 공습 이후 유조선 통행이 중단됐다고 보도했지만, 밴스 부통령은 헝가리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발언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협상 성공을 위해 레바논에서 군사 행동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선박 추적업체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일부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했지만, 전반적인 통항량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휴전은 긍정적이지만 종전은 아니다”며 “포지션이 한쪽으로 쏠린 상황에서 압력이 완화되자 빠른 반전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 우즈 프리덤 캐피털 마켓 수석 전략가는 “이란 분쟁에서 일시적 완화가 나올 것이라는 점은 크게 놀랍지 않았다”며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움직임을 점점 더 잘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 익숙한 ‘2주’라는 시간이 실제 해결로 이어질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스티븐 턱우드 모던웰스매니지먼트 투자 책임자도 “시장은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번 반등으로 견고한 바닥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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