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경고 “유가발 공급충격, 재정 여력 부족한 세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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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04:5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을 ‘대규모 공급 충격’으로 규정하며, 재정 여력이 부족한 글로벌 경제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란이 최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지만, 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세계 경제 성장률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진=AFP)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춘계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발언문에서 “현재 상황은 제한된 재정 여력을 가진 세계 경제의 회복력을 시험하는 공급 충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새롭게 형성된 평화가 지속되더라도 글로벌 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IMF는 다음 주 발표하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할 예정이지만, 가장 낙관적인 경우에도 성장률 전망은 기존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IMF는 글로벌 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인프라와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경제 전망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식량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급등은 운송비와 생산비를 끌어올리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 접근성까지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각국 정부에 신중한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 많은 국가들이 높은 공공부채를 안고 있어 과거 위기 때처럼 광범위한 재정 지원을 제공할 여력이 없다”며 “무차별적인 재정 확대는 오히려 경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 통제나 가격 통제 같은 ‘각자도생식 정책’은 글로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불에 기름을 붓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IMF는 향후 세계 경제 경로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할 계획이다. 첫째는 비교적 빠르게 정상화되는 경우, 둘째는 중간 수준의 회복, 셋째는 유가와 가스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특히 세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시사했다.

또 IMF는 이번 전쟁 여파로 각국의 국제수지 지원 수요가 200억~500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쟁 이전 약 1400억달러 수준에서 추가로 늘어나는 것이다.

유가 급등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물가상승률이 평균 약 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중동 지역의 추가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성장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통제를 벗어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 “성급한 대응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이며, 정책 대응의 균형 필요성을 강조했다.

IMF는 팬데믹 이후 누적된 국가 부채로 인해 재정정책의 역할이 과거보다 크게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이나 가격 상한제 등을 도입했지만, 이러한 정책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재정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MF는 이에 따라 각국이 제한된 재정 여건 속에서 보다 정교하고 선별적인 정책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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