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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법무부가 NFL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반경쟁적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사 범위와 구체적인 쟁점이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의 출발점에는 미국 스포츠 중계 시장의 구조 변화가 있다. NFL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리그로 자리 잡아 왔고, 그만큼 방송 중계권의 가치도 압도적으로 높다.
문제는 팬들이 예전처럼 TV만 켜면 경기를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요 경기가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방송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 플랫폼 등으로 권리가 잘게 나뉘면서 시청 경로가 크게 복잡해졌다.
이 때문에 팬 입장에서는 원하는 경기를 빠짐없이 보려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경기는 CBS에서, 어떤 경기는 NBC나 폭스에서, 또 다른 경기는 아마존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중계되는 식이다. 특정 팀 팬이나 열성 시청자의 경우 사실상 복수의 유료 서비스 가입이 불가피해졌고, 이 과정에서 시청 비용이 크게 불어났다는 불만이 쌓여 왔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정치권과 규제당국으로도 번졌다. 상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리 공화당 의원은 지난달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시즌 모든 NFL 경기를 시청하려면 팬들이 케이블과 스트리밍 구독에 거의 1000달러를 써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시즌 동안 스포츠를 챙겨 보기 위해 연간 150만원가량의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이 과연 정당하냐는 문제 제기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이미 비슷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FCC는 지난 2월 스포츠 중계권이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되는 현상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공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는 미국 당국이 단순히 가격 문제만이 아니라, 스포츠 콘텐츠 접근성 자체가 악화하고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논란에는 스포츠 방송법의 가진 법적 지위도 얽혀 있다. 미국의 ‘스포츠 방송법’은 NFL이 개별 구단이 아니라 리그 전체 차원에서 방송 중계권을 묶어 협상할 수 있도록 제한적인 반독점 면책을 인정하고 있다. 원래 취지는 각 구단이 제각기 움직이기보다 리그 전체가 안정적으로 방송 계약을 맺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중계권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시청 환경이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는 이 같은 면책 구조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1961년 이 법이 제정됐을 당시와 지금의 시청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NFL 경기를 지상파 TV를 통해 손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유료 방송과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이 뒤섞인 복합 구조가 됐다. 법이 만들어졌을 때는 소비자 접근성이 비교적 넓게 열려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법적 틀 아래에서 오히려 플랫폼 분산과 구독료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NFL은 이런 지적에 대해 적극 반박하고 있다. NFL리그가 미국에서 가장 팬 친화적이고 방송 접근성이 높은 리그라고 주장한다. 전체 경기의 87%가 지역 TV를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로 중계되는 경기 역시 경기 당사자인 두 팀의 연고지 시장에서는 지역 TV로도 시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들이 이미 상당 부분 케이블과 스트리밍으로 이동한 것과 비교하면 NFL은 여전히 무료 접근성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NFL은 또 2025년 시즌 시청률이 198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리그 입장에서는 높은 시청률 자체가 현재의 유통 모델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다시 말해 ‘팬들은 여전히 NFL을 잘 보고 있고, 시장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소비자 불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NFL이 워낙 강력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구독료를 감수하는 것일 뿐, 구조 자체는 소비자에게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시청률은 리그의 힘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과 선택권 제한 문제까지 정당화해주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미국프로풋볼(NFL)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지난 2월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에서 시애틀 시호크스를 상대로 패스를 던지고 있다. (사진=AFP)
이번 조사 시점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NFL이 중계권 협상에서 다시 한번 몸값 올리기에 나선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NFL은 현재 CBS, NBC, 폭스 등 전통 방송사는 물론 아마존 등과도 대형 계약을 맺고 있는데, 향후 더 높은 중계권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계약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계약에는 2029~2030시즌 이후 리그가 조기 종료(opt-out)할 수 있는 창구가 포함돼 있다.
WSJ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NFL은 이 조기 종료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지금 당장 더 높은 중계권료를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중계권을 보유한 방송사와 플랫폼 사업자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하는 대신 계약 기간을 늘리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반독점 논란의 밑바탕에는 스포츠 콘텐츠를 둘러싼 거대한 돈의 흐름이 놓여 있는 셈이다.
미디어 업계 입장에서도 NFL 중계권은 매우 민감한 자산이다. 스포츠 중계권, 그중에서도 NFL은 방송사들에 가장 비싼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전통 TV 시청자는 줄고 있고, 광고 시장 환경도 예전 같지 않다. 방송사들은 비싼 권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수익성은 점점 압박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계권 가격이 계속 오르면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법무부의 이번 조사가 단순히 NFL 한 리그를 넘어, 글로벌 스포츠 중계권 시장의 ‘플랫폼 분산 모델’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안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주요 스포츠 중계권이 플랫폼별로 나뉘면서 “경기를 보려면 여기저기 따로 가입해야 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스포츠가 특정 플랫폼의 가입자 유치 수단이 되면서,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 부담만 늘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