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실물가격 144달러 사상 최고…“즉시 인도 원유 쟁탈전”
동서 송유관 피해도 심각하다. 이 송유관은 페르시아만 인근 처리시설에서 홍해 수출 터미널인 얀부(Yanbu)까지 원유를 수송하며 최대 용량은 하루 700만 배럴이다.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막힌 사우디가 핵심 우회로로 활용해온 이 노선의 펌프장이 이란 공격에 노출되면서 이번 주 일일 수송량이 70만 배럴 감소했다.
블룸버그NEF의 원유 애널리스트 모히스 벨라말라는 “동서 송유관 수송량 감소는 사우디의 호르무즈 우회 전략을 약화시키고 공급 위험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아시아 원유 공급 여건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원유 수입국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 혼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도 여전히 불안하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지만,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술탄 아흐마드 알 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9일 소셜미디어에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지 않다. 통행이 제한·조건부·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유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매트 스미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해협 통행 혼란으로 걸프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하루 총 1300만 배럴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전쟁 발발 전 글로벌 석유·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거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만약 사실이라면 즉시 중단하라”고 소셜미디어에 경고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텔레그램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 발언이 이란이 기존에 요구해온 해협 통제권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유가는 반등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7% 올라 배럴당 98달러 근방에서 거래됐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6달러 수준에 정착했다. CIBC 프라이빗 웰스 그룹의 레베카 바빈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물동량이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고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현실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쟁 발발 이후 유가는 하루 평균 9달러 이상의 등락을 반복하며 수년래 가장 큰 일일 변동폭을 기록 중이다. 다만 이날 반등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누적 낙폭은 10%를 웃돌아 지난해 6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이슬라마바드로 향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오는 11일 이란 측과 협상을 이끌 예정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개방 여부가 최대 의제가 될 전망이다. 협상 결과와 해협 통행 정상화 속도가 국제 유가와 아시아 에너지 수급의 단기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