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향한 해임·탄핵 목소리 확대…현실 가능성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10:1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해임 및 탄핵 요구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사전 협의 없이 시작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폭등, 동맹 균열, 전쟁범죄 논란, 건강 이상설까지 겹치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문명 소멸” 발언에 보수 핵심 인사까지 등 돌려

9일(현지시간) 악시오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당일인 전날 저녁까지 민주당 하원의원 85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또는 수정헌법 25조에 의한 해임을 공개 요구했다. 존 라슨 하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탄핵 소추안을 공식 발의했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어떤 방법이든 트럼프를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충성스러운 동맹으로 꼽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하원의원(공화·조지아)마저 엑스(X·옛 트위터)에 “수정헌법 25조!!!”라고 게시하며 “미국에는 폭탄 한 발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악이자 광기”라고 비판한 것이다.

결정적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위협이었다. 그는 지난 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루 전인 6일에는 ‘부활절’임에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인프라 전면 파괴를 공언해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가 급속히 확산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경우 부통령과 내각이 권한을 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우 팟캐스터로 잘 알려진 캔디스 오웬스도 “수정헌법 25조가 발동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고, 트럼프 1기 백악관 공보국장 출신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즉각적인 해임을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우군이었던 터커 칼슨도 민간 인프라 파괴 위협과 관련해 “전쟁범죄이자 도덕적 범죄”라고 비난했고, 론 존슨 상원의원(공화·위스콘신)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민간 목표물을 실제 공격하면 “나는 이탈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론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화당 내부 균열은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CNN·SSRS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은 35%로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다. 공화당 지지자 중 강한 지지를 보이는 비율도 지난 1월 52%에서 43%로 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경제 운용 지지율은 31%로 재임 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기름값·비료값 폭등은 핵심 지지 기반인 농촌과 제조업 지대를 직격하고 있으며, 관세에 이은 이중고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리조트 인근에 모여 “전쟁을 멈춰라” 등의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FP)
◇전쟁권한법 시한·건강 이상설·재정 부담…악재 중첩

법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60일을 초과해 군사작전을 지속할 수 없으며, 병력 철수를 위한 30일 연장만 허용된다. 즉,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실질적인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기간은 총 90일인 셈이다. 지난 2월 28일 개전 기준 60일 시한은 이달 말께 도래한다.

마이크 로울러 하원의원(공화·뉴욕)은 “60~90일을 넘기면 의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존 커티스 상원의원(공화·유타)은 의회 승인 없는 군사작전에 추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3월 전쟁권한 결의안이 당파적 투표로 부결된 전례가 있어 실효성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강 이상설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수일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이 논란이 됐고, 연설 도중 쉬운 단어들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는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급속 확산하고 있다.

NBC 의료분석가 빈 굽타 박사는 “초기 인지 저하의 징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약 3분의 1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적·신체적 적합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러시아에 수백억달러의 추가 석유 수입을 안겨준 점, 전사자 추모식에서의 경의 부족, 호르무즈 통행료를 미국이 받아야 한다는 발언, 참모 조언을 무시하는 독선적 리더십 등도 지지자 이반을 가속하고 있다. 관세 수입보다 전쟁으로 쓴 돈이 훨씬 많다는 비판 속에 미 국방부가 막대한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구하면서 재정 부담 논란도 커지고 있다.

거리에서의 저항도 거세다. 지난달 28일 미국 전역에서 열린 세 번째 ‘노 킹스’(No Kings) 반(反)트럼프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800만~900만명이 참가해 미국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 시위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툥령. (사진=AFP)
◇현실 가능성은?…“1기 때와는 다른 경고”

그렇다면 실제 해임이나 탄핵이 가능할까. 수정헌법 25조 발동에는 부통령과 내각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JD 밴스 부통령이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 내각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는다. 탄핵 역시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소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 장벽이 높다.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공화당이 하원을 잃으면 세 번째 탄핵이 온다”고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 1기 때 수정헌법 25조 논의가 전적으로 민주당의 영역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금은 칼슨·그린 등 최근까지 핵심 측근이었던 보수 인사들조차 공개적으로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 행동을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정치적 경고이자,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휴전마저 삐걱대는 상황에서 전쟁이 더 확대될 경우 당내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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