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왜 하필 지금인가…‘엡스타인 논란’ 깜짝 성명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후 02: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는 깜짝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전쟁으로 엡스타인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시점에 영부인이 직접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들어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의문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영부인. (사진=AFP)
◇트럼프도 참모도 몰랐다…“청문회 열라” 정면 충돌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에서 약 5분간 성명을 낭독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그는 “나를 엡스타인과 연결 짓는 거짓말은 오늘로 끝나야 한다”며 “엡스타인이나 그의 공범 길레인 맥스웰과 어떤 관계도 가진 적 없다”고 단언했다. 1998년 뉴욕 파티에서 남편을 우연히 만났으며, 엡스타인과는 2000년 행사에서 처음 마주쳤을 뿐 그의 범죄를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또한 “남편과 첫 만남은 나의 저서 ‘멜라니아’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며 깨알 홍보도 잊지 않았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에는 2002년 멜라니아 여사가 엡스타인의 여자친구였던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이 포함돼 있다. 맥스웰은 미성년자 성착취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해당 이메일에는 멜라니아 여사가 엡스타인에 대한 잡지 기사를 칭찬하며 “뉴욕에 오면 전화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멜라니아 여사는 “예의상 답장한 것에 불과하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내 이름은 법원 문서, 피해자 진술, FBI 인터뷰 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성명 후반부다. 멜라니아 여사는 의회를 향해 엡스타인 범죄 피해자들이 증언할 수 있는 공개 청문회를 열라고 촉구하며 “모든 여성이 원한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엡스타인 파일을 “사기(hoax)”라고 일축해왔고, 지난 2일 취임한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도 첫날부터 “엡스타인 파일은 더 이상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행정부가 이 문제를 덮으려는 와중에 영부인이 오히려 의회 청문회를 요구한 셈이다.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인터뷰에서 “아내의 성명에 대해 사전에 몰랐다”고 밝혔다. 멜라니아 측 대변인은 웨스트윙이 성명 발표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고 했으나, 내용까지 공유됐는지에 대해선 확인을 피했다. 다수의 백악관 참모들도 내용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엡스타인 파일 관련 감독 활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뒤편에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AFP)
◇왜 하필 지금인가…발표 타이밍 둘러싼 3가지 해석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은 ‘왜 하필 지금인가’, 즉 이란 전쟁이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는 이 시점에 성명을 발표한 배경은 무엇인가이다. 미 언론에선 여러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첫째, 선제적 방어론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미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 추가 공개가 예정돼 있는 데다, 작가 마이클 울프와의 소송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리한 정보가 나오기 전에 먼저 입장을 정리했다는 분석이다.

울프 작가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베스트셀러 저자로 “멜라니아가 엡스타인의 사교 서클에 깊이 관여했다”, “엡스타인이 멜라니아를 트럼프에게 소개했다” 등의 발언으로 멜라니아 여사 측으로부터 10억달러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 것이란 위협을 받았다. 이후 그는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며 선제 반소했고, 이 사건은 아직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실망한 영부인이 독자적으로 저항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처리, 건강 이상설, 지지율 급락 등이 겹치면서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만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란 전쟁 연막론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란 전쟁과 레바논 공습으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언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몰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나온다.

AP통신은 멜라니아 여사의 이번 성명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엡스타인 논란을 드디어 넘어서는 데 성공한 듯 보였던 바로 그 시점에 나왔다”고 짚었다. 데일리비스트는 “차분하고 계산된 발표였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남편 트럼프 못지않게 예측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즉각 환영하며 하원 감독위원회에 “공청회를 즉시 열라”고 촉구했다. 엡스타인 피해자 마리아·애니 파머 자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책임, 투명성, 정의”라는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하원의원도 “영부인의 용감한 성명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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