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최고사령관과 미 해군 제독을 역임한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칼라일그룹 부회장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칼럼 기고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열릴 것”이라면서도 “분쟁 이전의 완전한 자유 통항으로 돌아가기는 극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나토 최고사령관과 미 해군 제독을 역임한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칼라일그룹 부회장 (사진=본인 홈페이지)
현재 이란은 미국과의 2주간 휴전 합의 아래 일부 선박의 통항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 군과의 ‘협조’를 의무화하고, 기뢰를 부설해 선박들을 자국 해안 방향으로 유도하며, 통행료까지 징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해협을 영구적으로 개방하지 않으면 “문명적 소멸”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너비 21마일(약 34킬로미터)의 협수로로, 북쪽은 이란, 남쪽은 오만·아랍에미리트(UAE)와 접한다. 평시에는 전 세계 원유·석유제품의 약 20%, 천연가스의 상당량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첨단 마이크로칩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도 이 경로로 이동한다.
◇나토보다 새 국제기구 설치가 적합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활용 구상에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게 ‘수일 내’ 해협 재개방 약속을 요구했지만,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나토는 아시아 등 광범위한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동 수역을 관할하기에 적합한 기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대안으로 그가 제시한 구상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체제 아래 ‘호르무즈 해협 관리기구(Strait of Hormuz Authority)’를 설치하는 것이다. 유엔 산하 해운 안전·보안 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가 권한을 부여하고, 뜻을 함께하는 해양 국가들의 연합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영국은 이미 4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해 유사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전했다.
구체적 운영 방식은 수에즈 운하의 호송 체계와 유사하다. 민간 선박 6~8척을 호송대로 편성하고, 구축함·순양함 등 군함 2~3척이 호위한다. 해협 북쪽(걸프만)에는 아랍 국가들이, 남쪽 입구(아라비아해)에는 유럽 주도 해군이 각각 관제 구역을 운영한다. 최소 수십 척의 군함과 대형 지휘통제함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해협 관리기구 운영 부담을 나눌 국가로 걸프만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을 명시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 국가들 모두 상당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이뤄지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은 에너지 수급과 직결된 문제다. 한국 해군은 2009년부터 아덴만 청해부대를 운용하며 선박 호송 경험을 축적해왔다. 다만 해적 대응 중심의 아덴만 임무와 대함미사일·기뢰 등 국가급 위협이 존재하는 호르무즈 전시 호송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불참 시 ‘페트로위안’ 부상 경고
미국이 다국적 연합 참여를 거부할 경우의 위험도 경고했다. 그는 “미국 군함과 정보력, 항공력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또 한 번의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중국이 지정학적 도약의 기회를 얻고, 글로벌 원유 거래의 달러 표시 관행이 종식되며 ‘페트로위안(petroyuan)’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전쟁이 지속되는 지금, 이란이 해협을 다시 여는 순간 즉각 가동할 수 있도록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한 가운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달 7일(현지시간) 유조선 ‘뤄자산(Luojiashan)’호가 오만 무스카트 해역에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