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0억, 연 최대 00조"…이란 호르무즈 수익 이목 집중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후 07:3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유료’ 해상로로 전환하면서 향후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쟁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통행료가 이란의 새로운 수입원이자 협상 카드로 부상한 가운데, 그 규모가 최대 월 8억달러(약 1조 185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FP)
9일(현지시간) 마켓워치·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초대형 유조선(VLCC·약 200만배럴 적재) 기준 1척당 약 200만달러(약 29억 6000만원)로, 배럴당 1달러 수준이다. 빈 선박은 무료로 통과할 수 있다.

결제 방식도 이례적이다.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 수출업자연합 대변인 하미드 호세이니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선사가 이메일로 화물 목록을 제출하면, 이란 당국이 검토 후 비트코인으로 수초 내 결제하도록 한다”며 “제재로 인해 자금이 추적·압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위안화 결제도 병행되고 있다.

이란 의회는 지난달 30~31일 ‘호르무즈 해협 관리 계획’을 법제화해 통행료 징수를 임시 조치가 아닌 영구 제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회는 이를 “이란의 주권과 해협에 대한 지배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 유조선만 하루 2000만달러…月 최대 8억달러 수입 추정

수입 규모는 상당할 전망이다. CNN은 유조선만으로 하루 약 2000만달러(약 296억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기타 상선까지 포함하면 월 6억~8억달러(약 8900억~1조 1850억원)의 수입이 가능하다고 추산했다. 포린폴리시는 전쟁 전 정상 교통량(월 약 2600척)이 회복될 경우 연간 180억달러(약 26조 7000억원)이상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 제재 하에서 외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란 입장에선 막대한 수입원이 되는 셈이다.

다만 현재 실제 통행량은 전쟁 전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로이드리스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2척으로, 전년 동기(2652척) 대비 95% 급감했다. 중국·러시아·인도·파키스탄 등 우호국 선박은 통과를 허용하지만, 미국·이스라엘 관련 선박은 전면 거부하고 있다.

◇누가 부담하나…“걸프 산유국에 집중”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은 통행료 부담이 글로벌 소비자가 아니라 걸프 산유국에 압도적으로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배럴당 1달러는 현재 유가(100달러 내외) 대비 1%에 불과하지만, 해협이 열려 글로벌 석유 공급량의 20%가 시장에 복귀하면 유가 하락 효과가 통행료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논리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모스크바에 흘러가던 수십억달러의 전시 특수도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어떤 제한도 없이 해협을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경우 연간 약 1000척의 선박이 해협을 오가는데, 원유운반선만 200만달러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통행료가 1조원을 넘을 수 있다.

◇국제법 위반 vs “우리 해역”…트럼프는 말 바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17조는 국제 해협에서 ‘무해통항권’을 보장하며 통행료 징수를 금지하고 있다. 소르본대 필리프 들르베크 교수는 “해협 통행료를 허용하면 말라카·대만 해협 등 다른 요충지에서도 같은 시도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란은 UNCLOS를 비준하지 않아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논란이다. 그는 지난 8일 “이란과 합작사업(joint venture)으로 통행료를 공동 징수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해협을 보호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이란은 통행료 징수를 당장 멈추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미 언론들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과 업계 전문가들, 각국 지도자 등은 “전쟁 전엔 없던 통행료만 추가된 셈”이라며 “이란에 호르무즈 운영권을 승인해준 꼴”이라고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실례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ITV 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푸틴의 행동 때문에 영국 가정의 에너지 요금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총리로서는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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