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는 하되 '책임'은 사절… 중국, 미·이란 휴전 보증인 요청 거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1일, 오전 09:36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미·이란 간의 전면전 위기를 잠재울 ‘2주간의 휴전’ 성사 뒤에는 중국의 긴박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중국은 정작 협정의 실질적 무게를 짊어질 ‘보증인’ 역할은 단칼에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동 내 영향력을 과시하면서도 미국이 주도해온 분쟁의 늪에 깊이 빠지지 않겠다는 베이징의 고도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랍에미리트 미나 알 파예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AP)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최근 중국에 이번 휴전 합의의 이행을 담보할 ‘보증인(Guarantor)’ 역할을 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평화 협정의 보증인은 합의 사항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위반 시 당사국을 압박하거나 제재할 의무를 진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주중 이란 대사의 이 같은 요청을 비공개리에 거부했다.

중국 소식통은 이를 두고 “미국이 만들어낸 지저분한 전쟁(messy war)에 직접적으로 얽히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휴전 조건을 수락하도록 이란을 설득하는 데는 적극적이었으나, 협정 이행에 대한 ‘정치적 부도 수표’를 떠맡는 것에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번 휴전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인정한 사실이다. 이란의 최대 원유 구매국이자 핵심 경제 파트너인 중국은 지난 7일 이란 당국자들과 접촉해 파키스탄이 중재한 휴전 조건을 수용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분쟁 종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왕이 외교부장이 관련국들과 26차례나 전화 회담을 가졌음을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파키스탄과의 긴밀한 유대, 그리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중재자’ 지위를 십분 활용했다.

중국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중재에 나선 배경에는 절실한 경제적 유인이 있다. 에너지 안보의 생명선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풀고, 중동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균형추’로서 이란의 지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재의 대가로 기대했던 실질적 혜택은 아직 미지수다. 이란이 중국 선박에 대해 해협 통과를 우선 허용할 것이라는 초기 신호는 아직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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