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 휴전 협상에 나선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레바논 공습 현장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한자리에서 직접 대면했다고 전했다. 1979년 이란 이슬람공화국 수립 이후 양국 간 최고위급 대면 협상이자, 2015년 핵합의 이후 첫 직접 회담이다.
전날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이란 대표단의 모습은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전사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옷을 입었으며, 미국의 군사복합시설 인근 학교 폭격으로 숨진 학생들의 신발과 가방도 지참했다고 이란 정부가 밝혔다.
협상 중에는 엇갈린 주장이 잇따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측 소식통은 “미국이 카타르 등 외국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에 합의했다”고 주장했으나 백악관은 즉각 부인했다. 미국 관리가 악시오스에 “미 해군 함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지만, 이란 국영TV와 파키스탄 소식통은 이를 부인했다.
셰바즈 샤리프(오른쪽) 파키스탄 총리가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대표단의 평화회담을 앞두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개시와 동시에 이란 고위 관리 관련 영주권자들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1979년 테헤란 미국대사관 점거 당시 대변인을 맡았던 마수메 에브테카르의 아들 세예드 에이사 하셰미와 그의 아내·아들의 영주권을 취소하고 추방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주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전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조카딸 아프샤르와 그의 딸의 영주권도 취소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은 이번 협상의 핵심 고리다. 전쟁 전 세계 교역 원유의 약 20%가 하루 100척 이상의 선박을 통해 통과하던 이 해협은 현재 사실상 봉쇄 상태다. 휴전 이후에도 통과 선박은 12척에 불과하고, 브렌트유 현물가는 배럴당 94달러를 웃돌며 전쟁 전 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이란은 통행료 부과와 통제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과 오만 등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천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비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비료 독점 기업의 가격 폭리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농가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주변을 살피고 있다. (사진=로이터)
레바논 전선도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헤즈볼라 관련 표적 20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선이 미·이란 휴전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란은 레바논 교전 중단을 협상 개시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안건으로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별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슬라마바드 미·이란 회담 현장에는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중국·카타르 관리들도 대기하며 간접 중재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AP통신이 익명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회담 장소인 세레나 호텔 주변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슬라마바드 전역에 군경을 대거 배치했고, 평소 번화한 수도는 사실상 통행 금지 상태나 다름없었다.
미국과 이란 대표단의 평화회담을 앞두고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보안 요원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