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3척 호르무즈 통과…미-이란, 기뢰 제거 놓고 충돌 위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2일, 오전 08:4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이란 휴전 선언 이후 처음으로 초대형 유조선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나 미군이 이란과 사전 조율 없이 기뢰 제거 작전을 개시하면서 양측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파키스탄 중재 협상이 같은 날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됐지만 군사적 충돌 위기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회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해운 데이터를 인용해 라이베리아 선적 초대형원유수송선(VLCC) ‘세리포스’와 중국 선적 VLCC ‘코스펄 레이크’, ‘허 롱 하이’ 등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미국의 기습 공격을 받아 전쟁에 돌입한 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지 약 6주 만에 나온 첫 상업 선박 이동이다. 블룸버그는 “이란과의 직접적 연계가 없는 선박들”이라고 밝혔다.

세리포스호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에서 3월 초 선적한 원유를 싣고 말레이시아 말라카항으로 향하고 있으며, 오는 21일 도착이 예상된다. 코스펄 레이크는 이라크산, 허 롱 하이는 사우디산 원유를 각각 적재하고 있다. 두 중국 선박은 중국 최대 석유화학 국영기업 시노펙의 무역 계열사 유니펙이 용선했다. 각 선박의 운반 능력은 200만 배럴로, 3척 합산 약 600만 배럴 규모다.

이들 선박은 이란이 지정한 ‘호르무즈 통항 시험 정박’(Hormuz Passage trial anchorage) 경로를 통과했다. 이란의 군사 기지가 위치한 라라크 섬을 우회하는 북쪽 항로로, 전통적인 해협 항로와는 다른 경로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통항을 허용하되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 3척의 경로 모습 (자료: 블룸버그)
◇“이것이 마지막 경고”…미-이란 해상 대치

유조선 통과와 같은 날, 미군이 이란과의 사전 조율 없이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전을 개시하면서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11일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프랭크 피터슨과 USS 마이클 머피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28일 대(對)이란 군사작전 개시 이후 미 군함의 첫 호르무즈 해협 통과였다. 중부사령부 사령관 브래드 쿠퍼 제독은 “새로운 안전 통항로 확보 작업을 시작했으며 곧 해운업계와 공유해 상업 물류의 자유로운 흐름을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 소해(掃海·기뢰 제거)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이란의 기뢰 부설 선박 28척이 모두 격침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현지시간 12일 이란 국영방송 IRIB에 배포한 성명에서 “비군사적 선박의 통과만 허용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군함은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RGC 해군은 미 구축함을 향해 무선 교신으로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라고 반복 통보했고, 미군은 “국제법에 따라 통항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휴전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작전이 이란과의 조율 없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IRGC 측은 미 구축함들이 대치 상황에서 결국 회항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군 발표 내용과는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버지니아로 향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러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공급 재개 의미 크지만 아직 평시의 절반

호르무즈 해협은 평시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 요충지다. 이란의 해협 봉쇄 이후 사실상 모든 선박 통행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유가가 급등했다. 미국의 경우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 대부분이 자국으로 직수입되지 않음에도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3척 통과가 약 6주 만에 가장 많은 출항 규모지만, 이란이 지난달 하루 약 170만 배럴 수준으로 수출했던 점을 감안하면 평시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다.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 여부는 국내 정유업계와 에너지 수급에 직결된 변수다.

한편 카타르 교통부는 이날부터 자국 영해 내 해상 항행 활동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모든 선박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항이 허용되며, 조업 허가를 소지한 어선은 24시간 조업이 가능하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3자 대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 첫날인 11일 오후 5시 30분께 협상을 시작해 중간 휴식 등을 거쳐 약 14시간만에 총 3라운드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12일(현지시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향후 관건은 기뢰 제거 주도권과 호르무즈 통제권을 둘러싼 협상 결과다. 군사 작전과 외교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어느 한쪽의 오판이 휴전 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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