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IMF·세계은행 춘계회의를 앞두고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전쟁의 영향을 고려할 때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회의 둘째날인 14일 수정 세계 경제 전망과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내다봤다. 미국 2.1%, 유로존 1.4%, 이머징 아시아 5.4%였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으로 도배됐던 춘계 회의의 데자뷔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관세 대신 이란 전쟁이 핵심 의제다. 참석자들의 시선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란 협상에 쏠려 있다. 양측은 2주 휴전을 항구적 평화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을 11일부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휴전이 가장 극단적인 하방 위험을 제거했다”면서도, ING의 원자재 전략가 에바 만테이를 인용해 “진정한 전환점이 되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 흐름이 지속적으로, 별 탈 없이 재개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란 전쟁 이후 봉쇄 위협이 이어지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알리안츠S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도빅 쉬브랑은 “앞으로 두 분기가 전쟁 이전 어렵사리 버텨내던 일부 경제의 회복력이 얼마나 시험받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톰 오를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엔 관세, 올해엔 유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변동성을 주입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되는 한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성장에 대한 타격은 심화되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여파로 파키스탄이 연료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연료를 넣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이번 회의 기간 중 각국에서 굵직한 경제 지표가 잇따라 쏟아진다.
미국에서는 오는 14일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월 대비 1.1% 상승해 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란 전쟁 발발 첫 달 에너지 가격 급등이 반영된 수치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0.4% 상승이 예상된다.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위축된 주택 시장을 가늠할 3월 기존 주택 판매 데이터도 함께 공개된다.
◇中 1분기 성장률 4.8% 전망…목표 달성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오는 16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한다. 전년 대비 4.8% 성장으로 올해 목표치(4.5~5%)를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2분기 모멘텀을 가늠할 3월 소매판매·산업생산·부동산 투자 통계도 함께 나온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도 이번 주 1분기 GDP를 발표한다.
일본은행(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발언도 관심을 모은다. 우에다 총재는 13일 4월 28일 통화정책 결정 전 마지막 예정 연설을 소화하고, 16일 IMF·주요 20개국(G20) 회의 후 워싱턴에서 기자 회견을 연다. 시장에서는 이달 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60%로 반영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가 이 기대에 신호를 보낼지, 아니면 선을 그을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롄윈강항 둥팡항만 터미널에서 작업자들이 선적을 위해 철강 파이프를 옮기고 있다. (사진=AFP)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 주요 인사 거의 전원이 IMF 회의를 위해 워싱턴으로 이동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를 비롯해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사벨 슈나벨·피에로 치폴로네 집행이사 등이 참석 예정이다.
16일에는 ECB와 스위스국립은행(SNB)의 3월 금리 동결 결정 의사록이 공개된다. 추가 금리 인상이나 마이너스 금리 전환 가능성에 대한 힌트가 담겨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의 2월 GDP 속보치는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란 전쟁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 전 마지막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스라엘은 15일 3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한다. 미국과의 공동 대(對)이란 공격 강화 여파로 월간 상승률이 0.5%에 달해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로는 2%대 수준을 유지하며 중앙은행 목표 범위(1~3%) 안에 머물 전망이다.
◇한국은 직접 언급 없어…“이머징 아시아 5.4%” 조정 주목
이번 블룸버그 보도에서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다만 IMF가 지난 1월 제시한 이머징 아시아 성장률 전망(5.4%)이 이번 조정에서 얼마나 낮아지는지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이란 전쟁의 장기화는 에너지 수급과 물가, 수출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이란 전쟁 여파로 원자재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