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 인플레 직격…차기 연준 의장, 취임 전부터 난제 '산더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3일, 오전 10:3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취임하기도 전에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사진=로이터)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일(현지시간) “워시 지명자가 지명됐을 때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올해 한두 차례 금리인하가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란전쟁 발발 이후 상황이 뒤집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의 2.4%에서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에너지 비용이 10.9% 뛰며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21.2%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분의 약 4분의 3을 차지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는 한 금리인하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국면임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올해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 이전부터 물가 안정세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충격에 더해 서비스 물가 하락세가 멈추면서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010년대 평균보다 약 0.75%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통화 완화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미 형성돼 있었다는 의미다.

워시 지명자에게는 이론적 난제도 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금리인하를 정당화한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연준 내부에서 잇단 반박에 직면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지난 2월 연설에서 AI가 단기적으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중립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바 이사도 같은 달 유사한 발언을 내놨다. 제롬 파월 현 의장 역시 최근 기자회견에서 AI가 “즉각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하거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인준 절차도 순탄치 않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오는 16일 인준 청문회를 예정하고 있으나,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DOJ)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어떤 연준 인사도 인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파월 의장 역시 다음달 임기 만료 후에도 DOJ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이에 워시 지명자의 취임 시점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파월 의장의 이사 임기는 2028년 초까지 남아 있으며, 제퍼슨 부의장과 바 이사의 임기는 2030년대까지 이어져 워시 지명자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더라도 내부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려면 한층 더 달콤한 말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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