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기 건축물도 파손…美·이 공습에 이란 문화유산 훼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3일, 오후 03:26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이스라엘이 38일간 이란을 공격하면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다수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유서 깊은 건축물 골레스탄 궁전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손된 현장을 한 방문객이 지나고 있다. (사진=AFP)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란의 문화유산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약 6주간 퍼부은 폭격으로 총 130곳 이상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이란의 건축물이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집중된 이란 수도 테헤란과 ‘페르시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이스파한의 피해가 특히 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카자르 왕조(1789∼1925년) 골레스탄 궁전의 명물인 ‘거울의 방’ 일부는 산산조각나고 석조 구조물이 떨어져나갔다.

사파비 왕조(1501∼1736년) 시대의 기념물인 주청사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17세기 체헬 소툰 궁전의 벽화에 금이 가고 정교한 천장 장식이 파손됐다. 테헤란 북부의 사드아바드 궁전 및 미술관과 서부 호라마바드의 3세기 건축물인 팔라크-올-아플락 요새 주변 유적도 훼손됐다.

이란 문화유산부는 전시 국제법에 따라 보호 시설임을 알리기 위해 모든 문화 유적지에 청색 깃발을 꽂았으나 폭격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머무르던 건물을 정확히 표적 공격할 정도로 뛰어난 정밀 타격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화 유적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의도적으로 이란의 문화유적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이번 공격은 군사 및 전략 자산을 겨냥한 것이며, 이란 국민이나 역사 유적지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공격을 수행하고 있으며 문화유적지를 포함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산 파르투시 이란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란은 전쟁 중 유네스코에 유적지 좌표를 제출했고, 유네스코가 분쟁 당사국들에 알렸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테헤란의 한 주민 마르잔은 “우리가 수천년 동안 보호한 유적지가 무분별하게 폭격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란은 300여명을 투입해 문화유적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전쟁이 끝나는 즉시 복원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문화유적을 복원하는데는 수년이 걸리는 데다 복원되더라도 이전의 역사적 가치 상실은 불가피하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화이트 시티’ 내 바우하우스 건물이 파손됐으며, 레바논의 세계유산들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손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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