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주크에 위치한 글렌코어 본사. (사진=AFP)
이란 전쟁 이후 두바이의 위상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바이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부호들과 금융·암호화폐 자산가들의 새로운 ‘이상향’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전쟁 이후 ‘분쟁과 무관한 안전 지대’라는 이미지가 일거에 무너졌다. 두바이의 상징인 팜주메이라의 페어몬트 호텔이 이란의 공격으로 폭발 피해를 입었고, 이란 드론 잔해가 버즈 알 아랍 호텔에 화재를 일으켰다. 두바이 공항도 미사일 피격을 당했다.
그 결과 두바이 부동산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두바이 금융시장(DFM) 부동산지수는 5거래일 만에 20% 급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9800명의 백만장자가 630억달러(약 94조원)의 자산을 갖고 두바이로 이주했지만, 전쟁 이후 전세기가 매진되고 기업들이 직원 대피에 나서는 등 ‘역(逆)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이 자금이 향하는 곳들 중 한 곳이 스위스 주크다. 두바이가 안전을 팔았다면, 스위스는 수백년간 검증된 중립국이다. 이는 전쟁 상황에서 결정적 차별화 요인이다. 스위스의 한 프라이빗 뱅커는 최근 주크에서 열린 방 2개짜리 임대 아파트 오픈하우스 현장의 상황을 “블록을 돌아설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은 그날 아침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이었다”고 묘사했다.
취리히 남쪽에 위치한 주크는 인구 13만 5000명의 소도시지만, 원자재 트레이더와 금융·암호화폐 허브로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다. 스위스 26개 칸톤 중 법인세·소득세가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특히 법인세 실효세율은 약 11~12%로 스위스 평균(14~15%)보다 낮고, 개인소득세도 스위스 내 최저 수준이다.
아울러 글렌코어 등 세계적 원자재 거래 기업들의 본사가 주크에 있다. 두바이에서 원자재·에너지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들에겐 업종 생태계가 이미 갖춰진 셈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며 ‘크립토 밸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더리움 재단도 주크에 설립됐다. 취리히와 가깝다는 점도 글로벌 비즈니스 접근성을 높이는 이점으로 꼽힌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알펜 파트너스의 피에르 가브리스 대표는 “모든 사람이 주크를 안다. 가본 적이 없더라도”라며 “고객들이 가장 먼저 요청하는 곳이 거의 항상 주크다”라고 말했다. 알펜 파트너스는 시장 성장에 맞춰 추크에 사무실 개설을 검토 중이다. 스위스 소재 한 프라이빗 뱅크 관계자는 “전쟁 이후 미국계 은행 자산관리(RM) 담당자들의 이력서가 4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사진=AFP)
주크의 부동산 중개업체 엥겔앤드뵐커스의 안야 벡 대표는 “유럽 여권이 있더라도 바로 이주할 수는 없다. 근로 계약을 맺거나 회사를 설립해야 하고,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주크의 부동산 공급이 한계에 달하면서 다른 칸톤으로도 수요가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어권인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의 루가노는 약 300채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어 주크보다 여유가 있다.
엥겔앤드뵐커스 루가노 지점의 시몬 인시르는 “전쟁 이후 두바이 거주 외국인들, 이탈리아인·프랑스인·스위스인·영국인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물어보고, 방문 일정을 잡고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