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신흥국·개도국 경제에 더 타격…3중고 직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3일, 오후 06:4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란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경제 충격 속 세계 각국의 경제 수장과 중앙은행장들이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 집결한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성장 둔화, 물가 상승, 부채 부담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3중 압박’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이들 국가에 대한 위기 대응 지원과 금융 안전망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13∼18일 워싱턴 DC에서 ‘IMF·세계은행 춘계 회의’를 개최한다.

최근 IMF와 세계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이란 전쟁 여파로 14일 발표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특히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교란이 겹치면서 신흥국과 개도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세계은행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4%에서 올해 3.65%로 낮췄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 수치는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국가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3%에서 4.9%로 높였다. 최악의 경우 6.7%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9일 미국 워싱턴 DC IMF 본부에서 춘계회의를 앞두고 사전 기조연설을 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AFP)
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식량 위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IMF는 전쟁 장기화로 비료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약 4500만 명이 추가로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충격’이 취약국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IMF와 세계은행은 긴급 자금 지원과 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IMF는 저소득국과 에너지 수입국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200억~5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은행도 단기 약 250억 달러, 필요 시 6개월 내 최대 700억 달러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다만 광범위한 재정 지원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도 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도 “이번 사태는 시스템 전반에 충격을 주는 위기”라며 정책 대응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신흥국의 기초 체력은 과거보다 약화된 상태다. 재정 여력은 줄고 부채 부담은 커졌으며 외환보유액도 감소했다. 록펠러재단에 따르면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들은 2025년 기준 부채 상환에 코로나19 이전의 두 배 수준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의 절반 가량은 채무 위기 상태에 있거나 그 직전에 놓여 있다. 에릭 펠로프스키 록펠러재단 부회장은 “이란 전쟁은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루어진 모든 회복을 위협하며, 채무 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간신히 버티고 있던 국가들을 장기적인 ‘부채-성장-투자’의 덫에 가둘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춘계회의에서는 단순한 유동성 지원을 넘어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부채 재구조화 필요성을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MF 전략 책임자 출신의 마틴 뮐라이젠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IMF는 원조국들과 협력해 차입국이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