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결렬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 역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란이 쥐고 있던 ‘해협 지렛대’를 빼앗아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 해군이 즉각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모든 선박의 봉쇄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 동부시간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이란 항구와 연안을 출입하는 모든 국가의 선박을 봉쇄하며 이란에 통행료를 내고 해협을 통과한 선박도 포함된다.
아랍에미리트 미나 알 파예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AP)
트럼프의 1차 노림수는 이란의 ‘오일머니’ 차단이다. 이란은 전쟁 중에도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선박 1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부과하며 자금줄을 유지해왔다. 미국이 역 봉쇄로 이 수입원을 끊으면 이란의 재정이 직접 타격을 받아 추후 협상에서 더 큰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협상 지렛대를 뒤집겠다는 의도도 있다. 이란은 그간 해협 봉쇄 위협을 협상 카드로 써왔는데, 미국이 직접 해협 통제권을 쥐면 이 구도를 역전할 수 있다.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원유 수입의 절반가량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최대 이해당사자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봉쇄가 중국으로 하여금 이란에 추가 양보를 압박하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LA타임스는 다음 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중국의 이란 지지 여부를 시험하는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해운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봉쇄 소식이 전해지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102달러를 넘어섰고,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최대 18% 폭등했다. 원유·나프타 수급 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국내 에너지·해운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