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해상 봉쇄 착수에 유가 100달러 재돌파…중동 리스크 재점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3일, 오후 08:3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한 해상 봉쇄를 공식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시장은 공급 충격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13일(현지시간) 오전 7시30분 기준 미국산 원유(WTI) 5월물은 장 초반 7% 이상 상승해 배럴당 103달러대를 기록했고, 브렌트유 6월물도 102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는 최근 이어진 상승 흐름에 불을 붙인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전시 프리미엄’이 다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과 이란 간 평화협상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있다. 양측은 파키스탄에서 고위급 협상을 이어갔지만, 핵개발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가까스로 유지되던 2주간의 휴전 역시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 동부시간 기준 14일 오전 10시부터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모든 해상 교통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아라비아만과 오만만 연안의 이란 항구 전반에 적용되며, 특정 국가를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집행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이란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선박의 통항까지 전면 차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호르무즈 해협 자체를 완전히 봉쇄하기보다는 이란 관련 해상 물류를 정밀하게 차단하는 ‘선별적 봉쇄’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위험 회피 심리가 작동하면서 해협 통과 자체가 크게 위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층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을 차단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며, 필요할 경우 공해상에서 선박을 직접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해협 통과 과정에서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한 선박을 식별해 차단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여기에 더해 미국이 협상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이란에 대한 제한적 공습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봉쇄 조치를 넘어 군사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역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는 군함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고지도자 측근 인사도 “호르무즈 해협의 열쇠는 여전히 이란이 쥐고 있다”며 해협 통제권을 주장했다. 사실상 해상 충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다. 이 해협은 중동 산유국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수송로로, 전쟁 이전 기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했다. 따라서 통행이 조금만 제한돼도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연쇄 충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장에서는 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유조선들이 해협 통과를 회피하면서 통행량이 급감했다. 전쟁 이전 하루 100척 이상이 오가던 선박 수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일부 선사들은 아예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을 지연시키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초대형 유조선 3척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이는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흐름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한 물량이며,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원유 시장 구조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크게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단기 공급 부족 우려가 극대화되고 있다. 일부 유종의 경우 이미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하는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제 물리적 공급 차질이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적 변수도 시장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정한 발언으로, 동시에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도 읽힌다.

미국 측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이란에 돌리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란 의회 측은 “미국이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2주가 시장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 회복 여부다. 통행량이 전쟁 이전의 70~80% 수준까지 빠르게 회복될 경우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공급 불안이 장기화되며 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슈로더의 원자재 펀드 매니저 말콤 멜빌은 “선박 통행량이 전쟁 이전의 75% 수준까지 회복돼야 시장이 위기 종료를 확신할 수 있다”며 “그 이하에서는 공급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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