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봉쇄' 승부수…‘유가·물가’ 흔드는 경제전으로 번지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4일, 오전 04:5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한 해상 봉쇄를 단행하면서, 중동 전쟁이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이란 원유 수출을 차단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에너지·물가·성장 경로를 동시에 흔드는 복합 충격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란 협상이 결렬된 직후 13일 오전 10시부터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로 선언하고 즉각 시행에 나섰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와 우라늄 비축분 처리, 해협 통제권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원유 수출 차단을 통해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봉쇄 조치의 효과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군사 작전과 달리 해상 봉쇄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파급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 TED대학의 아흐메트 카심 한 교수는 “이란은 오랜 기간 제재와 충격을 견뎌온 구조를 갖고 있다”며 “추가 경제 압박이 즉각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도 유사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이란이 봉쇄만으로 협상에서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에너지 가격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전가하려는 대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봉쇄 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으며, 알루미늄 가격이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원자재 시장 전반에서 공급 불안이 반영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로,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물류비, 제조원가, 소비자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초기 영향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조정하거나 축소하고 있으며, 항공업계는 항공유 부담 증가로 운항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부족 우려가 제기되면서 건설 자재와 의료용 플라스틱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호주 퍼스 미국아시아센터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이번 충격은 특정 지역이 아닌 글로벌 경제 전반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이라며 “결과적으로 대부분 국가가 부담을 나눠 갖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러한 구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제적 압박이 정치적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유가 상승이 미국 소비자와 유권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과거보다 공급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유가 상승은 곧바로 소비자 물가와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에너지 가격이 단기간 내 안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며, 정책적 부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과 중동 산유국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며, 걸프 지역 국가들은 수출 차질과 투자 위축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미국이 봉쇄 과정에서 제3국 선박까지 차단할 경우 외교적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군사적 긴장도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미 해군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위협 범위 내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은 추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란 역시 강경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원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주변 산유국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지역 전체의 에너지 공급을 동시에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봉쇄 전략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외교협회(CFR) 전 회장 리처드 하스는 봉쇄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의 협조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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