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봉쇄 빈틈…이란 연계 선박 3척, 호르무즈 통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4일, 오후 05:13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를 시행한 뒤, 이란 연계 선박 3척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쇄가 이란 항구를 목적지로 하는 선박에만 적용되는 탓에 제재 대상 선박들이 봉쇄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미나 알 파예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AP)
로이터통신은 14일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를 인용해 이날 이란 연계 탱커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이란산 나프타(석유화학 원료)를 중동의 비(非)이란 항구로 옮겨 아시아로 수출하는 경로를 이용하는 선박인 파나마 국적 탱커 피스 걸프는 아랍에미리트(UAE) 함리야 항구로 향하고 있다. 탱커 무를리키샨은 오는 16일 이라크에서 연료유를 선적할 예정으로, 러시아산·이란산 원유를 운반한 이력이 있다. 세 번째 선박인 리치 스타리는 봉쇄 이후 해협을 완전히 빠져나간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제재 대상인 이 선박과 선사 상하이쉬안룬해운은 이란과의 거래를 이유로 제재를 받고 있다. 중국 선원이 승선 중이며 메탄올 약 25만 배럴을 싣고 있다.

이들 3척 모두 이란 항구를 목적지로 하지 않아 미국의 해협 봉쇄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다.

미국의 봉쇄가 시작된 13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 기준) 전에도 이란 연계 선박 2척이 해협을 빠져나간 바 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파나마 국적 탱커 오로라호는 이란산 나프타를 적재한 것으로 추정됐고, 마셜아일랜드 국적의 뉴퓨처호는 UAE에서 가스오일을 싣고 해협을 통과했다. 두 선박 모두 이란산 화물 운송 이력이 있다. 케이플러의 알렉시스 엘렌더 연구원은 봉쇄 발효 직전에도 “극소수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며 이란과 무관한 주요 해운사들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극히 낮다고 밝혔다.

전체 통항 선박 수는 급감했다. 봉쇄 전 하루 평균 120척 이상이던 통과 선박은 봉쇄를 앞둔 이틀 동안 28척에 그쳤다. 그러나 이란 연계 선박의 통항 자체는 봉쇄 전과 큰 차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일평균 원유 통과 물동량은 220만 배럴로, 전쟁 시작 전 4주 평균 200만 배럴보다 오히려 소폭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해군이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런던 기자회견에서 이번 봉쇄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어떤 나라도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을 봉쇄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선원 2만명이 탄 선박 1600척의 발이 묶여 있다.

관건은 이란 항구를 목적지로 내세우지 않은 채 봉쇄망을 우회하는 선박을 미국이 어떻게 다룰 것이냐다. 제재 대상임에도 봉쇄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는 선박이 속출하면서 봉쇄의 실효성 논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협의 긴장 상태는 국제 에너지 시장과 해운 보험료에 지속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일일 통항 선박 수 추이 (단위: 척, 자료: 케이플러·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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