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6% 뛴 2만3639.08을 기록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66% 오른 4만8535.99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0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는데, 이는 2021년 이후 최장 상승 기록이다.
이번 반등은 단순한 기술적 반등을 넘어, 전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구조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 상승의 핵심 동력은 단연 미·이란 간 협상 기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이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악관 역시 양측이 추가 협상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면서 외교적 해법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양측은 다음 주 예정된 휴전 종료 이전에 2차 대면 협상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고위급 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동력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향후 이틀 내 추가 협상이 열릴 수 있다”며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다소 느리다”고 평가하며 2차 협상이 유럽에서 열릴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이후 입장을 바꿔 이슬라마바드 재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향후 이틀 내 상황이 전개될 수 있고,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쪽으로 더 기울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군 수뇌부가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언급한 인물은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으로, 지난해 인도와의 군사 충돌 당시 미국 중재 속에 단기간 휴전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앞서 양측은 지난 주말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고위급 회담을 열었지만,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돌파구 없이 종료됐다. 그럼에도 양측은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일정과 장소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역시 긴장 완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군사적 충돌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분위기다. 이는 사실상 협상 재개를 위한 환경 조성 차원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협상의 실질적 진전 여부보다 “진전 가능성 자체”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현재 시장은 협상이 실제로 성과를 내는지보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더 반응하고 있다”며 “분위기가 현실보다 더 강하게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WTI 80달러선 후반대로...달러약세·국채금리↓
이 같은 기대감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직결됐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물은 4% 하락하며 배럴당 95달러 선 아래로 내려왔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역시 4% 넘게 떨어지며 80달러 후반대로 밀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둔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단순한 공급 충격을 넘어 수요 측면에서도 에너지 시장이 압박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가 하락은 곧바로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 우려가 완화되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달러화는 7거래일 연속 약세를 나타냈고, 미 국채 가격은 상승하며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26% 내린 98.11에서 움직이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5% 빠진 4.25%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3.2bp 하락한 3.75%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을 점차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리켄배커 국제공항에서 국제선 화물이 하역되고 있다. (사진=AFP)
물가 지표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상승폭이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발 물가 압력이 확인됐지만,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확산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상승하는 데 그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0.1% 상승에 머물렀다.
이번 PPI 상승은 주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생산 단계 물가를 끌어올렸지만, 전반적인 가격 압력은 시장이 우려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휘발유 가격 급등 영향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저 물가 압력은 여전히 통제 가능한 수준에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시장 입장에서는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기업 실적 역시 투자심리를 지지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전쟁과 공급망 혼란, 관세 부담 등 복합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추가로 안정될 경우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루미스세일즈의 톰 페이히 매크로 전략 공동책임자 역시 “주식 시장의 방향은 결국 기업 이익이 결정한다”며 “현재 글로벌 이익 전망은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글로벌엑스의 스콧 헬프스타인 투자전략 책임자도 “기업들은 공급망 문제, 관세, 에너지 충격 등 복합적인 악재 속에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안도감을 주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실적에 따라 주가 흐름 갈린다...상승세 지속에 신중론도
실제 종목별 흐름에서도 이러한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JP모건은 사상 최대 수준의 트레이딩 수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자이익 전망을 낮추면서 주가가 0.8% 떨어졌다. 반면 씨티그룹은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E)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2.6% 상승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1분기에만 13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되며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시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바클레이즈 전략가들은 “휴전이 유지되고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여지는 남아 있다”면서도 “현재 시장 환경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시장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에너지 시장은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공급 차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그동안 전쟁 수혜로 급등했던 에너지 관련 종목들은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업종 간 순환매 흐름을 촉발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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