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멜로니에 "용기 없다" 독설…유럽 마지막 우군마저 등돌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전 09:3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훌륭한 지도자”라며 치켜세웠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향해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꿔 “용기가 없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 비협조적이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핵심 우군마저 등을 돌린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유럽 외교 고립이 한층 심화하는 모양새다.

조르자 멜로니(왼쪽) 이탈리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멜로니에게 충격을 받았다. 용기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틀렸다”고 비판했다. 불과 한 달 전 같은 매체에 “멜로니는 훌륭한 지도자이자 내 친구”라고 칭찬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 이탈리아가 미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기분이 나빠진 상태에서, 멜로니 총리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 레오 14세 비판을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 반박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교황 레오 14세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란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규탄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소멸’ 발언 이후엔 비판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교황 레오는 범죄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 끔찍하다”,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도 바티칸에 없었을 것”, “급진 좌파에 영합하고 있다” 등의 장문의 게시글을 올렸으며, 뒤이어 자신을 예수로 묘사한 인공지능(AI) 그림을 게재해 논란이 확산했다.

멜로니 총리는 전날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이다. 그가 평화를 촉구하고 모든 형태의 전쟁을 규탄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라며 “교황 성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극우 성향의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끈끈한 친분을 맺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비판이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한 몇 안되는 해외 정상 중 한명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가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건 그녀 쪽”이라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2분 만에 이탈리아를 날려버리는 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중동으로 향하는 미군 전투기의 시칠리아 군사기지 급유를 거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완전한 휴전 합의 없이는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뒤집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탈리아도 거기(중동)서 석유를 가져오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엔)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며 “미국이 대신 일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멜로니 총리 공격은 이탈리아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란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린 탓에 이탈리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전쟁에 대한 여론은 극도로 악화한 상태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사작전을 지지하는 이탈리아인은 14%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정치권도 결집하고 있다. 야당 대표 엘리 슐라인은 의회에서 “이탈리아는 자유롭고 주권적인 국가이며 헌법은 분명하다. 이탈리아는 전쟁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외무장관 안토니오 타야니는 “이탈리아는 미국의 확고한 동맹이지만, 이 연대는 상호 존중과 충직함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멜로니 총리에게는 시련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사법개혁 국민투표 패배에 이어 정치적 동지였던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마저 12일 총선에서 패배하며 16년 만에 퇴진했기 때문이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국민투표 이후 매일 문제가 터지고 있다. 선거까지 15개월 간 추락이 이어질 것”이라며 멜로니의 정치적 위기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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