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은 1분기 매출이 환율 변동을 제외한 고정 환율 기준으로 5.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7.44%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을 포함한 권역의 매출이 5.9% 감소했다. 프랑스도 관광 지출 축소 영향으로 매출이 2.8% 줄었는데, 특히 3월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에릭 뒤 알구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이탈리아·스위스·영국 매장도 중동 고객 감소로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기대에 못 미쳤다. 고정 환율 기준 매출 증가율이 2.2%에 그쳐, 시장 전망치(5.8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에르메스는 지정학적 혼란에도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25번째 가죽 제품 제조 공장을 개장했다. 에르메스 특유의 ‘관리된 희소성’ 모델이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 회복력을 발휘해왔지만, 파리 증시에 상장한 에르메스 주가는 올해 약 16% 하락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실적 악화는 에르메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명품업계 바로미터인 LVMH도 전날 1분기 매출이 191억 2000만유로로 전년 동기대비 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환율 변동, 인수·합병(M&A), 사업부 매각 등 외부 요인을 제외한 유기적 성장률은 1%로, 시장 전망치(1.5%)를 밑돌았다. 이란 전쟁이 유기적 성장에서 1%포인트를 깎아낸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케링도 전날 약 6% 감소한 35억 6800만유로의 그룹 매출을 보고했다. 최대 브랜드 구찌의 부진이 뼈아팠다. 구찌 매출은 유기적 기준 8% 감소해 시장 전망을 하회했다. 북미에서 7% 성장했지만 서유럽과 중국의 약세를 상쇄하지 못했다. 케링 주가는 실적 발표 후 6% 급락했다.
유일하게 선전한 곳은 이탈리아의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다. 1분기 매출이 고정 환율 기준 14% 증가해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다만 중동 매장 방문객은 50% 급감했으며, 중동이 연간 매출의 약 5%에 그쳐 전체 타격은 제한적이었다.
◇두바이 쇼핑몰 방문객 최대 70% 급감…관광 소비도 위축
전쟁의 타격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우선 걸프 현지 소비의 직접적 위축이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이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쿠웨이트·사우디 등 걸프 국가 민간 인프라까지 타격하면서 현지 안보 불안이 커졌다. LVMH의 세실 카바니스 CFO는 “중동 쇼핑몰 방문객이 30~70% 감소했으며, 평균적으로 약 50% 줄었다”고 밝혔다. 중동은 LVMH 전체 매출의 약 6%에 불과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어서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매출 비중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으론 중동 부호들의 해외 쇼핑 위축이다. 에르메스 CFO가 이탈리아·스위스·영국 매장의 타격을 언급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걸프 지역 항공편 축소와 여행 심리 위축으로 유럽을 찾는 중동 관광 쇼핑객이 크게 줄었다. 프랑스 매출이 3월에 급격히 꺾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간접 효과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럽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면서 소비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카르미냑의 케빈 토제 포트폴리오 어드바이저는 “에너지 가격과 모기지 금리 상승이 중산층의 명품 소비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LVMH의 카바니스 CFO는 “중동의 부(富)가 증발한 것은 아니다”며 “분쟁이 지속되면 다른 지역에서 소비가 나타나 영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러한 소비 재배치 현상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업계는 2023년 이후 중국 소비 둔화로 장기 침체를 겪었으며, 올해를 회복의 해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에서 수요 개선 조짐이 나타나던 참에 이란 전쟁이 찬물을 끼얹었다. 번스타인의 루카 솔라 애널리스트는 LVMH 실적을 두고 “파티가 연기됐다(Party postponed)”고 평했다. UBS의 주잔나 푸시 애널리스트도 “올해 럭셔리 수요 회복을 기대해온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