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S&P500지수는 3월 말 저점 이후 2주간 급반등하며 전쟁으로 인한 낙폭을 대부분 만회한 데 이어 추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근 11거래일 중 10거래일 상승하는 등 상승 탄력도 강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반등이 아닌 ‘리스크 프리미엄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주식시장은 사실상 페르시아만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이미 전쟁 종료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슐즈 전략 책임자는 “휴전 연장이나 협상 진전은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전개가 될 것”이라며 “시장은 정보가 완전히 확인되기 전에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는 위험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상승 쪽으로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500 추이 (그래픽=CNBC)
이번 상승은 단순 반등이 아닌 ‘급락 이후 V자 회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P500지수는 3월 말 저점 당시 고점 대비 9% 이상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나스닥100지수도 전쟁 여파로 12% 넘게 밀리며 기술적 조정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유가 급등이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미·이란 간 협상 기대가 커지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보다 조기 종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인터뷰에서 “전쟁이 매우 가까운 시점에 끝날 수 있다”며 “이란 역시 합의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언급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실제로 양측은 오는 21일 종료 예정인 휴전을 추가로 2주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종전 협상을 위한 추가 회담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시간을 확보해 핵심 쟁점을 조율하겠다는 의도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전면 충돌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백악관은 협상이 “생산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휴전을 공식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는 부인했다. 동시에 미 재무부는 이란의 원유 운송망을 겨냥한 제재를 확대하며 압박을 유지하고 있다. 협상과 제재가 병행되는 상황이지만, 시장은 점차 긴장 완화 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자산 가격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 초기 급등했던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이는 다시 금리 경로 안정 기대로 이어진다. 실제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 부근에서 움직이며 극단적인 공급 충격 시나리오에서는 벗어난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3.7%대 중반으로 상승하며 단기적으로는 긴축 불확실성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유가 안정 기대가 이어질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필요성은 제한될 수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결국 현재 증시 상승은 ‘전쟁 리스크 완화 → 유가 안정 기대 → 인플레이션 부담 완화 → 금리 상승 압력 둔화 → 성장주 밸류에이션 재확대’라는 연쇄적인 흐름 속에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기술주다.
이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소프트웨어 종목들이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오라클(4.2%)과 마이크로소프트(4.6%) 등 주요 기술주는 4%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소프트웨어 업종 지수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금리 부담 완화 기대가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높이며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하는 전형적인 흐름으로 해석된다.
반도체와 AI 밸류체인 역시 강세다. 브로드컴은 메타와의 맞춤형 칩 계약 확대 소식에 4.2% 상승했고, 반도체 장비업체와 AI 관련 종목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 일부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들까지 급등하면서 시장 전반의 위험선호 심리가 기술주 중심으로 강화되는 모습이다. 아이온큐(21%), 리게티 컴퓨팅(13.3%), 디웨이브 퀀텀(22.6%) 등 주요 순수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동반 상승했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는 “투자자들이 상승 기회를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FOMO)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효과적이었던 ‘하락 시 매수’ 전략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공격적으로 위험자산에 재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수급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쟁 초기 주식 비중을 크게 줄였던 알고리즘 기반 시스템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뉴스 반응을 넘어 구조적 자금 유입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며, 최근 랠리에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시장 상승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이 집중되면서 동일가중지수 기준으로는 여전히 이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재와 소재 등 일부 경기 민감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업 실적 역시 중요한 변수다. 뱅크오브아메리카(1.8%)와 모건스탠리(4.5%)는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는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도 기업 이익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촉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가에서는 휴전 연장이나 종전 협상의 실질적 진전 등 ‘확인 가능한 결과’가 뒷받침돼야 현재 랠리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라일리 웰스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현재 상승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평화 협상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 기대만으로는 상승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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