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현재 증시가 전쟁 완화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조기 종식과 에너지 가격 안정, 금리 부담 완화 등 낙관적 시나리오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특히 나스닥은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21년 이후 최장 상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상승폭도 확대되며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약 3%, 5% 이상 올랐다.
◇트럼프 “이란 협상 상당한 진전”¨이스라엘·레바논도 휴전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전망에 대해 “매우 좋아 보인다”고 언급하며 낙관론을 키웠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란과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며 “다음 협상이 주말에 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진행 중인 2주 휴전을 연장할 필요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존 휴전 틀을 유지하기보다 협상을 종전 단계로 곧바로 끌어올릴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했으며, 농축 우라늄을 미국 측에 넘기는 방안에도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일 경우 이란 핵 프로그램의 사실상 해체에 준하는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이란 측의 공식 확인은 없는 상태이며, 기존 협상 쟁점과도 거리가 있어 실제 진전 수준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릴 전망이다. 협상 당사국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레바논의 조제프 아운 대통령,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를 거론하며 “양국이 평화를 위해 워싱턴 시간 기준 오후 5시부터 10일간의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추가 글에서 양국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후속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양측 모두 평화를 원하고 있으며, 빠르게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레바논 전선까지 포함된 포괄적 휴전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 중단 여부는 미·이란 종전 협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시작하며 전선을 확대해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휴전에 동의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중동 확전 우려는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란 측이 핵 프로그램 관련 조건을 수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이 나오지 않았고, 휴전 역시 세부 이행 여부가 불확실해 시장에서는 신중론도 유지되고 있다.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감에 이날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지만 장중에는 관련 발언과 보도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나타났다. 최근 시장이 중동 전쟁 관련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한 달 반 동안 시장은 사실상 이란 전쟁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뉴스와 중립적인 뉴스 사이에서 시장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언 린젠 BMO 전략가는 “지정학적 뉴스에 대한 피로감이 나타나면서 시장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걸프 및 유럽 일부 당국자들은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합의까지 약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증시는 단기적인 긴장 완화 기대를 반영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마이클 벨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는 데 익숙해졌다”며 “주식시장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에너지와 금리 흐름은 경계심이 반영돼 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8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며 한때 100달러에 근접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3%를 웃돌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반영한다.
정책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은 약 31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수요 약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도 전쟁의 경제적 충격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편 기업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종목별 차별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대만 TSMC의 긍정적인 실적 전망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의 견조함을 확인시키면서 기술주 전반에 매수세가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2.2%), 아마존(0.5%), 브로드컴(0.4%), 메타(0.8%)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판매 관련 부정적 소식에 0.8% 하락했다.
최근 급락했던 소프트웨어 업종에서도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IGV는 최근 5개월 만에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했다. 이는 단기 추세 전환을 의미하는 기술적 신호로, 최근 인공지능(AI) 경쟁 심화 우려로 크게 조정을 받았던 소프트웨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이번 주 들어 소프트웨어 업종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오라클 주가는 이날도 5% 오르며 주간 기준 20% 이상 급등했다. 세일즈포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각각 2%, 2.2%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IGV의 기술적 돌파가 공매도 청산과 추세 추종 매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에버코어ISI의 커크 매터른 애널리스트는 “대형주뿐 아니라 중소형 소프트웨어 종목까지 동시에 급등하는 것은 오히려 우려 요인”이라며 “AI 환경에서 경쟁력이 검증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차별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동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은 종목 선별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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