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불문 나포 가능"…美, 대이란 압박 수위 높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7일, 오전 07:4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이 이란 항만 봉쇄를 시행한 지 72시간 만에 선박 14척을 회항시켰다. 미 해군은 이란과 연계된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해 전 세계 어디서든 나포가 가능하다고 선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산하 해군 중부사령부(NAVCENT)가 이란 선박 및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대상 선박, 밀수품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해 “위치에 관계없이 방문·승선·수색·나포(visit, board, search, and seizure)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동 이외 지역에서도 선박 나포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운·에너지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봉쇄 개시 후 72시간 동안 총 14척이 미군 지시에 따라 항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해당 선박들이 봉쇄를 무력으로 돌파하지 않고 미군의 지시에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승선 검색이 실시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연계된 선박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OFAC 제재 대상인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G 서머(G Summer)’와 초대형 유조선 ‘홍루(Hong Lu)’가 현지시간 15일 늦은 오후 이란 라라크섬과 케슘섬 사이를 통과해 페르시아만에 진입했다. 두 선박 모두 적재물 없이 빈 상태로 이동 중이었으며, 이란의 항만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저장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은 전쟁 발발 후 급격히 줄었지만 완전히 차단된 상태는 아니다. 블룸버그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연계 유조선 2척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 쪽으로 빠져나갔다. 다만 적재 상태의 이란산 원유 유조선이 호르무즈를 통과해 외부로 나간 사례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한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지만, 이 물량의 약 4분의 3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끈 이른바 ‘다크 플릿’을 통해 이동하고 있어 정확한 추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봉쇄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전력·에너지 시설에 대한 타격도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필요한 기간만큼 이 성공적인 해상 봉쇄를 유지할 것”이라며 대이란 압박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을 오가는 원유 수입 비중이 낮지 않은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와 에너지 공급망에 광범위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이란 협상이 지난 11~12일 1차 회담 결렬 이후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초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관건은 미국이 나포 권한을 실제로 집행할지 여부다. 제3국 선박에 대한 나포 강행 시 외교적 파장이 불가피하고, 이란의 반발을 고려하면 협상 재개 가능성과 무력 확전 사이의 줄타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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