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이란의 세예드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 휴전에 맞춰 모든 상업용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휴전 기간 동안 완전히 허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0일간 휴전에 합의했으며, 해당 휴전이 같은 날 오후 5시(미 동부시간)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눌러온 최대 불확실성 요인이었던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를 크게 완화시켰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살아나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리스크온’ 흐름이 확산됐다.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약 10% 하락하며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0% 가까이 떨어지며 80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도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이번 상승장은 단순한 단기 반등이 아니라 한 달간 이어진 강한 랠리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 종식 기대가 위험자산 전반의 상승을 견인하며 S&P 500 지수를 연속적인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상승 국면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약 1만2000달러 상승했고, 회사채 등 신용시장과 금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등 자산 전반에서 위험 선호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나스닥100 지수는 반도체 업종 강세에 힘입어 13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약 13년 만의 최장 상승 랠리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랠리가 단순히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 예상보다 양호한 기업 실적, 연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 등 펀더멘털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보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4.23% 수준으로 내려오며 긴축 부담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크로스마크 글로벌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최고시장전략가는 “지금은 헤드라인만 보고 매매할 시점이 아니다”며 “합의의 구체적 내용과 진행 상황을 확인한 이후 점진적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이란 간 최종 평화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걸프 및 유럽 당국자들은 협상 타결까지 약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는 폐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동시에 “평화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미 해군의 이란 항구 봉쇄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핵심 쟁점은 이미 협상됐으며 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 여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적대국과 연계된 선박의 통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도했으며, 미국의 봉쇄가 지속될 경우 해협을 다시 폐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행료 부과 여부 역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시장에서는 항공·크루즈 등 해협 봉쇄에 취약했던 업종이 크게 반등했다. 보잉과 로열 캐리비안 주가는 각각 3%, 8% 상승했으며, 아마존과 에어비앤비 등 소비 관련 종목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의 초점이 다시 기업 실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EFG자산운용의 대니얼 머리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동 상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시 펀더멘털로 돌아갈 것”이라며 “특히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는 만큼 기업들의 실적과 전망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P 500 지수는 단 11거래일 만에 과매도 구간에서 과매수 구간으로 급격히 이동했는데,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분석된다. 헤지펀드의 포지션 청산과 시스템 매수, 공매도 청산(숏커버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랠리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실적과 경제 지표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앤서니 사글림벤 전략가는 “시장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되돌렸다”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기업 실적과 향후 전망이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