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리자 뉴욕증시 급등…S&P500 사상 첫 7100선 돌파[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8일, 오전 06:0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위험자산 선호로 급격히 돌아섰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선언하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이 발효되면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 우려가 빠르게 완화된 영향이다. 특히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자극의 핵심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1.2% 오른 7126.06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7100선을 돌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52% 상승한 2만4468.5를 기록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1.79% 오른 4만9447.43으로 거래를 마쳤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 역시 2.1% 상승한 2776.90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나스닥100 지수는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0여 년 만에 가장 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와 반도체 업종 강세가 이어지며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강화됐다.

엔비디아(1.7%), 알파벳(2%), 애플(2.6%), 마이크로소프트(0.6%), 아마존(0.3%), 브로드컴(2%), 메타(1.7%), 테슬라(3%) 등이 대체로 급등했다.

◇“마지막 리스크 제거”…시장, 지정학 변수 빠르게 재평가

이번 랠리의 직접적인 촉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선언이다.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휴전 기간 동안 모든 상선의 해협 통과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 실제 물류 흐름 정상화를 시사하는 조치로 해석됐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10일 휴전이 동시에 발효되면서 군사적 긴장도 완화 국면에 들어갔다. 시장은 이를 ‘충돌 확산 가능성 축소’로 받아들이며 빠르게 위험자산을 재평가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는 에너지 공급망 붕괴였는데, 이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블룸버그마켓라이브의 브렌던 페이건 전략가는 “시장은 중동발 충격을 공격적으로 되돌리며 긴장 완화 국면 진입에 베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이 반영하는 기대가 실제 협상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휴전이 일시적 조치에 그칠 경우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유가 급락…“인플레→금리 경로까지 영향”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3.85달러로 11.5% 급락했고,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물은 90.38달러로 9.1% 하락 마감했다. 이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형성됐던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제거된 결과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면서 가격 변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경로인 만큼, 정상화 여부가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가 하락이 금리 경로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키며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는 약세를 보이다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고, 미 국채 금리는 하락하면서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10년물 국채금리는 5.7bp(1bp=0.01%)포인트 떨어진 4.25%에서, 2년물 국채금리는 7bp 급락한 3.71%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숏커버링·프로그램 매수 유입…“상승 속도 급격히 빨라져”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이 단순한 호재 반영을 넘어 수급 요인까지 겹치며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는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 본격화되면서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숏커버링은 가격이 오를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미리 팔았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하는 프로그램 매수(알고리즘 트레이딩)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동시에 유입되면서 상승 탄력이 더욱 강화됐다. 시장 방향이 상승 쪽으로 바뀌자 이들 자금이 연쇄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 같은 수급 변화 속에서 S&P500 지수는 단기간에 과매도 구간에서 과매수 구간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는 시장이 단기간에 급격히 반등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빠른 속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콧 루브너 시타델증권 전략가는 “이번 조정 이후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대형 성장주를 중심으로 매수 기회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승 속도가 가파른 만큼 단기적으로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수급에 의해 끌어올려진 장세의 경우 방향 전환 역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헤드라인 랠리 경계해야”…신중론도 확산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상승이 단기적인 안도 랠리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해협 개방이 휴전 기간에 한정된 조치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유지하고 있고, 이란 역시 일부 선박 통과 제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상황이 언제든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크로스마크 글로벌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스는 “헤드라인에 기반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버코어 ISI의 사라 비앙키도 “이번 상황은 완화 국면이지만 여전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협상 진전 여부와 정책 환경 변화가 확인돼야 현재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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