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협상 '주말 또는 20일'…트럼프·이란 '합의' 두고 엇박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8일, 오전 08:2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의 2차 고위급 협상이 이르면 이번 주말, 또는 오는 2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협상이 20일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신화통신은 ‘이번 주말’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는 일부 외교관들이 이슬라마바드 집결 물류 문제를 이유로 주말 개최에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일 내’라고만 언급했다.

미·이란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공동 확인했지만, 핵 협상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공개 발언은 엇갈리며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드림시티 교회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요 사안 대부분이 확정됐다. 꽤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농축우라늄도 이란 측 협조하에 미국으로 반출하겠다고 밝혔다. CBS뉴스 인터뷰에선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란의 입장은 달랐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 매체를 통해 “농축우라늄은 어디에도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영토가 신성하듯 농축우라늄도 우리에게 신성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라늄 영구 농축 중단 가능성에 대해서도 협상에 영향을 미치려는 언론을 통한 여론전이라고 일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이란 고위 관리도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양측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재개방…그러나 상선들은 관망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모든 상선에 전면 개방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열려 있다고 방금 발표했다”고 적었다. 이 소식에 국제유가는 급락하고 글로벌 증시는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약 10% 하락해 배럴당 90달러선에 거래됐으며, 실물 인도 기준 브렌트유 가격(데이티드 브렌트)도 지난 3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상선 업체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기뢰 위협 해소 및 안전 보장이 확인되기 전까지 정상 운항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협 통항 허가권을 자체적으로 갖겠다고 주장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미 해군도 “일부 수역의 기뢰 위협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며 선박에 해당 해역 회피를 권고했다. 로이터는 컨테이너선·벌크선·유조선 등 약 20척이 호르무즈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으나, 이 선박들이 실제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별도 행사에서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는 협상이 100% 완전히 마무리되고 서명될 때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란은 봉쇄 지속 시 상응하는 필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영국 주도로 열린 화상 회의에서 12개국 이상은 조건이 갖춰지면 해협 선박 보호 국제 임무에 참여할 의향을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핵심 7개 섬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핵·자산 동결…쟁점은 여전히 평행선

파키스탄이 중재를 맡은 이번 협상에서 핵심 변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처리 방식이다. NYT는 이란 고위 관리 3명을 인용해 이란이 최대 10년간 농축 활동 중단에, 이후 10년간은 연구실 수준의 최소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농축우라늄 재고를 희석 처리하되 자국 영토 내에서 국제사찰단 감시 하에 두거나 러시아로 이송하는 방안도 수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제안한 방안은 더 강경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1~12일 1차 협상에서 미국은 이란의 모든 핵 활동 20년 중단을 제안한 반면, 이란은 3∼5년 중단을 역제안했다.

NYT는 이란이 이라크·카타르·일본·독일·중국에 분산 동결된 약 270억 달러(약 39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이 200억 달러의 동결 자산 해제 대가로 이란의 농축우라늄 반출을 요구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파키스탄 당국자들은 이번 2차 협상에서 향후 60일간의 협상 로드맵을 담은 3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초안에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원수)은 지난 15일부터 테헤란에 체류하며 중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전문가들 “낙관 이르다”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냉정하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NYT에 “포괄적 합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이 행정부는 복잡한 협상의 세부 사항을 타결하는 데 능숙하지 않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존 파이너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도 “합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전문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르면 중요한 사항을 놓치거나 사실상 합의가 없는 상태가 된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민감성도 변수다. 블룸버그는 이번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역대 최악의 협정”이라며 탈퇴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와 윤곽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X에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에는 JCPOA가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의 평화회담 개최를 앞두고 도로변에 설치된 광고판 옆을 한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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