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닫힌 호르무즈…"이란 강경파vs온건파 균열 여실히"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19일, 오전 09:0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한 지 하루 만인 18일(현지시간) 다시 봉쇄를 결정했다. 이 같은 호르무즈 해협 방침 번복은 이란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균열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의 외교적 성과 도출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정박 중인 화물선들.(사진=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국영매체를 통한 성명에서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는 휴전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란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지 않아 18일 저녁부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의 어떤 선박도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는 것은 “적과의 협력”으로 간주돼 선박들은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발표 이후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선언했다.

이란 협상팀 내에서 비교적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아라그치 장관의 이 같은 발표는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기한이 끝나가는 시점에 타협 의사를 표명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동 전략을 연구하는 마이클 싱 전 백악관 보좌관은 “아라그치의 발표는 협상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의도가 더 강해 보인다”며 “이는 미국의 양보 조치인 레바논 휴전에 이은 것으로 이란이 합의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 하루 만에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이날 미국의 대이란 봉쇄를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을 이란 군부가 다시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타스님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를 맹비난하면서 “외무부는 이러한 방식의 소통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아라그치 장관이 발표를 하기 전에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이 일시적으로 개방되자 유조선 10여척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란 군부가 재봉쇄를 발표하면서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타협 의사를 표명한 이란 협상 대표단과 이란 내에서 세력을 확장한 강경파들의 갈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윌슨센터 소속 모하메드 아메르시 이란 전문가는 “서방은 이란이 명확한 지휘 체계를 갖춘 국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즉, 외무부와 협상하면 그들이 상부에 보고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끝이라는 식”이라면서 “막상 위기가 닥치면 군이 논쟁에서 이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책임국정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미국과의 합의에 대한 강경파의 저항이 거세져 주요 정치적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초기에도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이 걸프만 인근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사과하며 공격 수위를 낮추겠다고 밝혔으나 강경파 세력들에게 즉각 공개적으로 반발을 받았다.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은 그러한 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공격은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이란 2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인해 체제의 결속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테네시대의 사에이드 골카르 이란 전문가는 “주요 중재자가 사라지면서 서로 다른 파벌 간의 갈등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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