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란이 사실상 협상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 재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19일 미국의 과도한 요구와 해상 봉쇄, 입장 번복 등을 이유로 이번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협상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 등이 협상단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차 협상을 주도했던 JD 밴스 부통령의 참석 여부는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
양측은 이미 파키스탄에서 1차 협상을 진행했지만,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된 바 있다. 이란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은 당시 협상에 대해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협상의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 항만을 봉쇄한 것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이에 대응해 해협 통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현장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란은 한때 해협을 재개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이 봉쇄를 해제하지 않자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고 다시 통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상선을 향한 발포 사건이 발생하고 일부 유조선이 회항하는 등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선박 운항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이 해협 진입을 시도하다가 되돌아가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후 선박 이동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이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이번 전쟁은 현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 공급 충격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해협 재개방 기대가 부각됐던 지난주에는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글로벌 증시가 상승했지만, 주말 사이 해협 봉쇄와 군사 충돌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시장 기대가 다시 흔들리는 모습이다.
핵 문제 역시 협상의 또 다른 핵심 난관이다. 미국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 포기와 핵 프로그램 제한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이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미국의 요구를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조건”으로 평가하며 협상 거부 사유로 제시했다.
이란은 또한 미국이 해상 봉쇄를 유지하는 한 협상이 의미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에너지 수송로 통제권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파키스탄은 이번 협상의 중재 역할을 맡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며 중재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협상 개최 가능성에 대비해 보안이 대폭 강화됐다. 미군 수송기가 장비를 실어 나르고 주요 도로 통제가 이뤄지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평가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아므리타 센 대표는 “이란의 해협 봉쇄와 상선 공격은 상황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말 사이 상황 변화를 고려하면 국제 유가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에너지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