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대란에 일본 자동차업계 '재고 절벽' 눈앞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전 11:15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산 알루미늄 공급이 막히면서 일본 제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덴소 등 일본 완성차·부품사들은 생산 감축에 들어갔고, 업계 전반이 오는 5월 이후 재고 고갈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14일(현지시간) 1200파운드짜리 고급 알루미늄 블록이 미국 켄터키주 호스빌의 센추리 알루미늄(Century Aluminum Company)에서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일본 자동차업계가 중동에서 알루미늄 수입량의 약 70%를 조달하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알루미늄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중동에서 약 59만톤의 알루미늄을 수입했으며, 이는 전체 공급량의 약 30%에 해당한다.

도요타의 1차 협력사인 덴소는 지난 3월 말 기준 월 생산량이 약 2만 유닛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이치현 소재 가토경금속공업의 가토 다이키 사장은 지난달말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전쟁 발발 후) 불과 한 달이지만 자동차 부품 생산에 곧 차질이 생길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지출을 선별적으로 줄이고 여력을 비축하겠다”고 말했다.

공급 차질의 핵심은 2가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선박 운항이 막힌 데다, 전쟁 초기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아부다비와 바레인의 알루미늄 제련소 2곳을 타격해 생산 자체가 멈췄다. 중동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는 완전한 생산 재개까지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수백척의 선박이 발이 묶인 상황이어서, 종전 이후에도 물류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알루미늄 산업이 전례 없는 ‘블랙홀’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애널리스트 니시모토 마사토시는 일본이 알루미늄 부족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지목하면서 동남아시아, 중국과 함께 한국도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국가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통상 원자재·부품 재고를 약 2개월치 유지한다. 지난 2월 말 개전 시점을 기산점으로 하면, 이달 말이나 5월 초부터 실질적인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이자 도요타 전 최고경영자(CEO)인 사토 코지는 “분쟁이 납품과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알루미늄 가격은 개전 이후 약 15% 급등했고, 런던금속거래소(LME) 지수는 지난 17일 기준 565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ME 지수는 최근 4주 동안 12% 가까이 상승했다. 알루미늄·구리·아연·납·니켈·주석 등 6개 비철 금속 가격을 가중 반영하는 이 지수의 상승을 이끈 것은 LME 내 비중이 가장 큰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 가격 추이. (단위: 톤당 달러, 자료: LME·블룸버그)
중동 지역은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의 약 9%를 차지한다. 미국은 일본보다 수입량이 많지만 자국과 캐나다산으로 대부분을 조달하기 때문에 공급 위기 노출도가 낮다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분석했다.

알루미늄은 강철 다음으로 사용량이 많은 금속으로, 피스톤·실린더 헤드 등 엔진 부품, 차체 패널, 합금 휠은 물론 전자제품·건축 자재·식품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쓰인다. 공급 공백이 장기화할수록 특수 규격 제품 생산 라인부터 가동 중단이 이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공장 전체의 일시 셧다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역시 S&P글로벌이 고위험국으로 분류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핵심 변수는 종전 협상 타결 시점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속도다. 일본 업계가 다음 달을 분수령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자동차·전자 공급망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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