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사진=AFP)
이는 미국과 합의한 2주 간의 휴전 만료일(22일)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JD밴스 부통령 등 미국 대표단은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향했으나, 이란 측은 파키스탄에 대표단을 보낼지 여부조차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익명의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며, 간극도 좁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이란·미국 평화협상을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란의 ‘방어 역량’, 즉 미사일 프로그램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시에 압박하는 미국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이란 국영 TV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과도하고 비이성적인 요구, 그리고 계속 바뀌는 입장 때문에 2차 협상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란이 그간 제시해 온 2차 협상 거부 사유와 같은 맥락이다.
앞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IRNA 통신을 통해 “미국과의 긴장을 낮추기 위해 합리적이고 외교적인 모든 경로를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워싱턴과의 상호작용에서 경계와 불신은 거부할 수 없는 필수 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고 외교를 배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면서도 내부 강경파와 혁명수비대(IRGC)를 달래기 위해 불신 메시지를 동시에 내보낸 이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며 팽팽한 말싸움과 기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인지, 혹은 진심으로 불참을 시사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여전히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이란은 해협 내 해상 통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고,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군은 전날 봉쇄망을 뚫고 항해하려던 이란 선박을 나포하면서 양측의 갈등과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란이 이슬라마바드에 대표단을 보낼지, 아니면 협상 불참을 최종 확정할 것인지 국제사회 이목도 쏠리고 있다. 이란 측이 이날 내놓은 메시지는 △핵·미사일 협상 거부 △호르무즈 봉쇄 즉시 해제 요구 △미국의 ‘진정성’ 의심이라는 세 줄기로 요약된다. 미국이 이들 조건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휴전 연장과 2차 협상 성사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바가이 대변인은 이날 “이란 관련 기관들이 인도 선박들이 이란 군에 의해 공격 대상이 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제3국 상선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과 관련, 이란 정부가 자국군의 연루 여부를 자체 확인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