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업 아냐?…로봇마라톤 우승 이변에 깜짝 놀란 中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후 07:17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지난 19일 열린 중국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로봇 마라톤)가 중국 내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끌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회 결과 굴지의 휴머노이드 기업의 로봇을 제치고 스마트폰 기업인 아너(honor)의 ‘샨뎬’ 모델이 1~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첨단기술 굴기로 확장하는 대표 사례로 기록되면서 중국 내에서도 휴머노이드 개발을 둘러싸고 경계를 허문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번 로봇 마라톤에서는 참가번호 9번 ‘치톈다셩’(제천대성)이 50분 26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어 11번 ‘레이팅샨덴’(50분 56초), 8번 ‘싱훠랴오위안’(53분 01초)이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3개 팀은 모두 ‘샨덴’ 모델을 주자로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170㎝ 안팎의 키에 빨강과 검정을 혼합한 색상을 지닌 이 모델은 스마트폰 제조사인 아너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아너는 지난해 2월 휴머노이드 로봇 부서를 만들어 개발에 들어갔으며 9월에야 마라톤 대회 참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개발 기간이 짧았던 아너는 로봇 마라톤에 특화한 로봇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

1위를 차지한 치톈다셩팀의 로봇 개발 엔지니어인 두샤오디는 인터뷰에서 “로봇 설계 초기 뛰어난 인간 운동선수들을 기반으로 만들어 95㎝의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토크(회전력)는 400N·m(뉴턴·미터)에 달한다. 보통 200N·m 수준인 일반 자동차 토크의 두 배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폭발적인 회전을 통해 달리기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자율 인지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갖췄고 고속 질주와 지형 적응 능력을 갖춰 달리기에서 빠르고 안정적인 성능을 갖췄다.

또 다른 스마트폰 제조에서 얻은 기술력이다. 로봇 관절 부분에 부착한 모터는 강력한 회전력을 발휘하지만 그만큼 높은 열을 내뿜는다. 아너는 모터 속으로 액체가 들어가는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고부하 운동 시 방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해당 기술은 스마트폰 냉각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스마트폰 낙하·피로 시험의 수학적 모델과 공학 경험을 로봇 전체 구조 설계에 직접 적용했다. 왕아이 아너 체화지능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휴대폰 제조업 공급망에서의 10년 경험 축적이 있다”며 “연구개발(R&D) 인력만 1만여명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아너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 성과는 현재 중국 전통 제조업 최대 과제인 디지털화와 첨단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왕 CSO는 “우리는 10년 동안 휴대폰, 이어폰, PC, 시계를 만들었고 스마트폰은 항상 화면에 갇혀 있다”며 “로봇은 AI를 구체화해 진정한 물리적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제품이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산업 발전의 초점에 이 같은 피지컬 AI에 쏠릴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칭화대 자오궈밍 자동화학과 연구원은 “로봇공학이 단일 기술만을 적용한 게 아니다. 모터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통합, 시험, 경쟁 시나리오 이해가 모두 중요하다”며 “국가 산업 생태계의 개선이 현재의 결과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리 아너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2026MW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아너)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