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개폐에 시장 출렁…월가 "투자자들, 뉴스 잘못 읽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1일, 오전 09:47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투자자들이 이란 전쟁 뉴스를 잘못 읽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됐다가 하루 만에 다시 막히면서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전략가들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이같이 경고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이 지난 7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뒤 이란이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에 개방한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강하게 반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주 각각 4.5%, 6.8% 올랐다. 특히 나스닥은 ‘13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1992년 이후 처음 보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란이 다음 날인 18일 해협을 다시 폐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20일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 반전했다. 2주간의 휴전은 오는 22일 만료 예정이다.

◇“이번엔 트럼프도 지휘자 아니다”

BCA리서치의 맷 거트켄 수석 지정학 전략가는 CNBC에 “시장은 지금 이 상황을 ‘해방의 날’처럼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도를 올렸다가 완벽한 타이밍에 내릴 수 있는 지휘자라고 믿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이란은 공격을 받았고, 그들의 고통 감내 임계치는 더 높다”고 말했다.

거트켄 전략가는 또 공화당이 선거를 앞두고 있음에도 트럼프가 아직 이란의 핵 능력에 관한 보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백악관의 핵심 전쟁 목표 중 하나다. 그는 “향후 12개월을 내다보면 투자자들은 이 위기에 안이하게 대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우크라 전쟁 당시 낙관론도 빗나가

도이체방크의 거시 리서치 책임자 짐 레이드도 경계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를 상기시켰다. 당시 조기 협상 타결 기대감에 S&P 500이 수 주간 10% 넘게 반등했지만, 낙관론이 빗나가면서 당시 지수는 2022년 1월 고점 대비 2022년 10월 저점까지 약 25% 하락했다. 연간으로도 19% 내리며 2008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기록한 바 있다. 레이드는 이를 두고 “지금 상황에 대한 명백한 경고 신호”라고 밝혔다.

◇관건은 호르무즈 ‘완전 재개방’

투자운용사 오비스의 패트릭 오도넬 최고투자전략가는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다시 열릴 것인지 여부”라며 “중동 분쟁의 파장이 세계 경제와 시장에 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에너지 흐름이 안정적으로 재개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의 지속적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우리나라도 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급과 수입 물가 전반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시장의 다음 분기점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휴전 만료일이다. 협상이 연장되느냐, 전선이 다시 확대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증시의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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