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산업용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요금제 개편안이 적용된 지난 16일 전후의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유의미한 시간대별 전력 수요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
가령 새 요금제 시행 직전인 지난 15일과 시행 직후인 16일의 국내 실시간 전력 수요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16일 11~15시 전력 수요는 전날보다 오히려 평균 0.8GW 줄었다. 이 시간대 전기요금이 전날보다 1킬로와트시(㎾h)당 15.4원(약 9%) 내린 만큼 각 사업장의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이 예상됐으나 실제론 수요가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이다. 요금 부담이 커진 저녁 시간대(18~21시)나 새벽 시간대(22~8시) 역시 수요 감소 흐름이 예상됐으나 해당 시간대의 양일간 실시간 수요 그래프는 거의 일치했다.
16일 이후로도 제도 도입 취지에 맞춰 낮 수요가 늘거나 밤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17일과 20일의 경우 15일과 비교해 낮 수요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는 이후 이어진 흐린 날씨 탓에 자가용 태양광 발전량이 대폭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날씨와 그에 따른 낮 태양광 발전량 등이 유사한 날과 비교했을 경우 새 요금제 전후로 두드러진 수요 변화는 없었다.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각 사업장이 새 요금제에 따른 전력 사용시간대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 514개 대상 기업이 준비 미흡을 이유로 새 요금제 적용 기한을 10월로 반년 남짓 연기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요금제 개편만으론 당국이 기대한 수준의 수요이전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나 철강, 석유화학처럼 24시간 가동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은 애초에 전력 사용 시간대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개편된 시간대별 요금 차등도 각 사업장의 수요 변화를 유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아직 도입 초기인 만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현 요금 편차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요금제 개편만으론 전력수요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설비와 송전선로. (사진=게티이미지)
전력은 저장이 어려운 특성상 수요-공급량을 실시간으로 맞춰야 하고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넘쳐도 전력망 과부하에 따른 대형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미 태양광 발전 전력은 정오를 전후로 전력망의 40% 이상을 차지했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당국의 수급 관리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각 사업장의 업무 시간대 조정을 유도하고 6월 이후 중소 사업장이나 상업시설에 적용되는 산업용(갑)이나 일반용, 일부 주택용 요금제에도 새 요금제를 적용해 낮 전력 사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국내 전체 전력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산업용(을) 요금제를 통해 충분한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다른 요금제 도입을 통해서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태양광 보급 확대에 맞춰 수요 시간대 조정을 유도할 좀 더 강력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태양광 보급 확대에 맞춰) 궁극적으로 수요 시간대를 조정할 필요는 있으며 이번 요금제 개편도 방향성 자체는 맞다”며 “이를 시작으로 전력 수요 시간대 조정 유도 정책을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