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연준 개혁 필요”…독립성 강조 속 ‘트럼프 거리두기’는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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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전 04:1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가 상원 청문회에서 중앙은행의 전면적인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독립성을 약속했지만, 금리 정책과 정치적 압박이라는 핵심 쟁점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피하면서 시장과 정치권 모두에 복합적인 신호를 던졌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디릭슨 상원 오피스빌딩에서 열린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AFP)
21일(현지시간) 워시 후보자는 이날 약 2시간 30분간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수년간 주장해온 ‘연준 개혁’ 구상을 반복 제시했다. 핵심은 △인플레이션 예측 모델 전면 재정비 △연준 인사들의 잦은 공개 발언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 축소 △약 6조7000억 달러 규모 대차대조표의 점진적 축소 등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 대응 과정에서 연준의 정책 판단과 커뮤니케이션이 시장 혼선을 키웠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시 후보자는 “연준이 본래 역할을 벗어나 정책 신뢰를 약화시켰다”며 제도적 틀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성은 절대적”…그러나 ‘트럼프 선 긋기’는 회피

워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인 정치적 독립성 문제에 대해선 원칙론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는 통화정책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의장으로 확정될 경우 정치적 고려가 아닌 경제 데이터와 장기적 안정성에 기반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발언과 태도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명확한 거리두기를 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정책과의 이견을 묻자 구체적 사례 제시는 피했고, 농담성 답변으로 넘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인 리사 쿡 해임을 시도한 문제나, 연준 건물 리모델링을 둘러싼 형사 조사에 대해서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입장을 유보했다. 이러한 태도는 독립성 강조와 실제 정치적 거리두기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트럼프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고, 잭 리드 의원은 “지도자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연준 문제는 내부 책임”…금리엔 끝까지 침묵

워시 후보자는 연준의 최근 정책 실패를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문제로 규정하며,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그는 “연준이 임무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현 의장인 제롬 파월 체제에 대한 우회 비판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플레이션 급등 국면에서의 대응 지연과 커뮤니케이션 혼선을 연준 내부 책임으로 돌린 점은 향후 정책 노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워시 후보자가 제시한 ‘인플레이션 모델 교체’나 ‘소통 축소’는 현재 연준 운영 방식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연준 내부 기류와는 온도차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연준 인사들은 외부 정치 압력에 맞서 기관 신뢰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워시 후보자가 실제 취임할 경우 정책뿐 아니라 조직 운영 전반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주목한 금리 정책과 관련해 워시 후보자는 끝까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미래 정책 결정을 사전에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금리 경로 언급을 피했다.

다만 발언의 맥락을 보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워시 후보자는 물가 판단 기준으로 ‘절사평균(trimmed mean)’ 지표를 강조하며, 현재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 수준에 더 근접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절사평균 물가는 전체 물가 항목 가운데 변동성이 큰 상·하위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 평균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이나 특정 품목의 일시적 변동 같은 ‘튀는 값’을 제거해 보다 안정적인 기조 물가를 파악하려는 지표다.

이 지표를 적용하면 최근 인플레이션 수준은 일반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헤드라인 지표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물가 압력이 생각보다 덜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 여지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는 에너지·식료품 등 실제 체감 물가를 반영하는 지표 역시 중요하다는 입장이 강해, 어떤 지표를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워시 후보자는 또 일부 연준 인사들이 지적한 관세발 물가 상승 압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인플레이션은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언급하며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는 경계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자 (사진=AFP)
◇대차대조표 축소…“금리와 병행 가능” vs 시장 불안 우려

워시 후보자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필요성도 핵심 정책 축으로 재확인했다. 현재 약 6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 규모를 장기적으로 줄여야 하며, 이 과정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신호를 주면서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차대조표 축소와 금리 정책을 분리해 접근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자산을 줄이면서도 금리는 인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유동성을 관리하면서 경기 부담을 완화하는 ‘투트랙 정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접근에 대해 신중론이 적지 않다. 과거에도 연준의 자산 축소 과정에서 단기자금 시장 불안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속도 조절 실패 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시 후보자의 인준의 향방은 정책 역량보다 정치 변수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특히 연준 건물 리모델링을 둘러싼 법무부 수사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해당 수사가 종료되기 전까지 인준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보이콧’에 나섰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 강행 의지를 유지하고 있어, 백악관과 의회 간 충돌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워시 후보자 인준은 정책 검증을 넘어 정치적 힘겨루기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압박을 완화할 경우 인준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갈등이 지속될 경우 인준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워시 후보자가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에도 취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연준 리더십 공백과 정책 불확실성 확대라는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지프 브루수엘라스는 “워시는 위원회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필요한 발언을 모두 했다”면서 “상원 표결로 넘어간다면 인준을 방해할 만한 요소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적 변수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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