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분에 협상 멈췄다"…트럼프, 휴전 종료 앞두고 또 연장(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전 05:5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 시한을 앞두고 휴전을 전격 연장했다. 이란 권력 내부의 균열과 의사결정 혼선이 심화된 상황에서 협상 시간을 벌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합의 파기 전력에서 비롯된 ‘신뢰 붕괴’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소셜트루스’에 올린 성명에서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며 “이란 지도부와 대표들이 단일한 협상안을 마련할 때까지 휴전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초 휴전이 미 동부시간 22일 오후 7시(한국시간 23일 오전 9시) 종료될 것이라고 했으나 이를 번복했다.

또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의 요청에 따라 공격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에는 해상 봉쇄를 유지하고 모든 작전 준비 태세를 계속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해 군사적 압박은 유지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온 것으로,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압박 속 협상’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란 ‘집단 권력 체제’…협상 단일안 도출 난항

이번 조치는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를 넘어, 이란 내부 권력 구조의 변화와 균열을 정밀하게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체제가 크게 흔들린 이후, 이란은 단일 권력 중심이 아닌 다중 권력 구조로 재편된 상태다.

과거 알리 하메네이 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가 군·정치·종교 권력을 통합하며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현재는 후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통치력 자체가 불확실하다. 그는 공습 이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어떻게 지시를 내리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권력의 무게 중심은 최고지도자 개인에서 집단 지도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핵심 의사결정 기구로 부상한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민간 정치인과 군부, 특히 혁명수비대 출신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내부에 다양한 정치적 성향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이란 체제의 ‘생존력’이자 동시에 ‘취약성’이라고 평가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디렉터는 “이란 지도부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권력 중심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분산돼 있기 때문”이라며 “파벌주의는 이 체제의 DNA에 내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협상 국면에서는 이러한 다중 권력 구조가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강경파는 미국에 대한 양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실용주의 진영은 제재 해제와 경제 회복을 위해 일정 수준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협상 쟁점인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범위를 둘러싸고 내부 의견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준의 양보를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 권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혼선은 이러한 균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무장관이 해협 개방을 발표했지만 군부가 이를 번복하며 재봉쇄를 선언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가 나오며 정책 혼선이 노출됐다.

협상 전면에 나선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내부 균열을 봉합할 ‘가교’ 역할을 할 인물로 평가된다. 이란 정치 분석가 아라시 아지지는 “갈리바프는 혁명수비대와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개혁·중도 세력의 지원도 확보하고 있다”며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모센 사제거라는 갈리바프가 최고지도자 가문과 군부 핵심 인사들과 모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협상 결과를 국내에서 정당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새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사진=AFP 연합뉴스)
◇‘조건’ 아닌 ‘신뢰 붕괴’…협상 교착의 본질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배경에는 단순한 이해관계 충돌을 넘어 ‘신뢰 붕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보를 문제 삼고 있다. 그는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한 전력이 있어 “미국과의 합의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불신이 깊게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인식은 이후 협상에서도 반복됐다. 이란은 합의의 지속성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제도적으로 이를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신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협상 국면에서도 군사적 압박이 병행되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협상은 시간 벌기 수단”이라는 회의론이 확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공습이 발생하는 등 외교와 군사 행동이 엇갈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협상 구조 자체의 비대칭성도 문제로 지적한다. 이란이 요구받는 조치는 고농축 우라늄 포기 등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성격인 반면, 미국의 제재 완화는 언제든 철회 가능한 ‘가역적’ 조치라는 점에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카림 사드자드푸르 선임연구원은 “양국 간 신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이란은 미국이 협상 중에도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미국 역시 이란이 핵무기 야망을 포기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변수도 협상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이 군사 옵션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미국이 외교 대신 군사적 선택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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