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텔레콤·T-모바일 합병 추진…세계 최대 통신사 탄생하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전 07:5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독일 최대 통신사 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이 미국 자회사 T-모바일(T-Mobile US)과의 완전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사될 경우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가 탄생하는 동시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공개 인수합병(M&A) 사례로 기록된다.

독일 통신 대기업 도이치텔레콤의 팀 회트게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이치 텔레콤은 어떤 회사…왜 T-모바일이 핵심인가

도이치 텔레콤은 독일을 대표하는 국가 기간통신사다. 독일 정부와 국책 금융기관 KfW가 지분 약 28%를 보유한 사실상의 준(準)국영 기업이다. 이 회사가 2001년 인수한 미국 법인이 바로 T-모바일이다. 당초 ‘보이스스트림 와이어리스’(VoiceStream Wireless)라는 이름이었으나 이후 T-모바일 USA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T-모바일은 도이치 텔레콤 그룹 전체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부다. 도이치 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약 1410억 유로(약 245조원)이지만, 이 가치의 대부분이 미국 사업에서 나온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도이치 텔레콤은 이미 T-모바일 지분 약 5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두 회사는 별개의 상장사로 운영되고 있다.

◇“하나의 그룹으로”…합병 구조와 노림수는

블룸버그에 따르면 양측은 두 회사의 주식을 각각 공개 매수하는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합병 법인은 미국과 유럽 주요 거래소에 이중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주회사 소재지는 독일 외 유럽 국가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미국 프렉스에어(Praxair)와 독일 린데(Linde)가 약 350억 달러(약 52조원) 규모의 합병을 추진할 때 아일랜드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동시 상장한 구조와 유사하다.

합병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도이치 텔레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T-모바일보다 현저히 낮다. T-모바일이 압도적인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도이치 텔레콤이라는 지주사 구조를 거치면서 그 가치가 할인돼 반영되기 때문이다. 완전 합병으로 이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세계 최대 통신사라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추가 M&A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가 된다. 현재 T-모바일의 시가총액은 약 2171억 달러이며, 도이치 텔레콤의 시총은 약 1410억 유로다. 합병 법인은 약 2350억 달러(약 348조원)로 평가받는 차이나 모바일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뛰어넘을 전망이다.

양사는 이번 보도에 대해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도이치 텔레콤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관례에 따라 도이치 텔레콤과 T-모바일은 기업 활동과 관련한 추측에 대해 논평하지 않으며, 이번 문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도이치텔레콤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 당일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독일·미국 넘어야 할 정치 장벽

논의가 초기 단계임을 감안해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독일 정부다. 독일 정부와 KfW가 지분 약 28%를 보유한 만큼, 이들의 동의 없이는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합병 이후 독일 정부의 합병 법인 지분율이 현재보다 줄어든다는 점이다. 독일 입장에서는 자국 기간통신사의 통제권을 사실상 희석시키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팀 회트게스 도이치 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팟캐스트에서 “유럽 규제가 대륙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도이치 텔레콤의 시가총액이 사실상 미국 사업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인정하며 유럽 시장의 한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에서도 정치적 난관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도자들 사이의 관세·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갈등이 거래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 결합 승인 과정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약속 등 추가 조건이 부과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음 변수는

유럽연합(EU)은 현재 미국·중국 대형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이른바 ‘유럽 챔피언’ 기업의 탄생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기업결합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규제 완화 흐름이 이번 합병 심사에 우호적 배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건은 결국 두 가지다. 독일 정부가 ‘준국영 통신사’에 대한 통제권 약화를 감수할 정치적 판단을 내릴 것인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자본이 사실상 지배하는 세계 최대 통신사의 미국 시장 지배를 허용할 것인지다. 두 나라 정부의 정치적 선택이 역대 최대 M&A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프랑크 아펠(오른쪽) 도이치텔레콤 이사회 의장과 팀 회트게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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