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니 스로우지 신임 애플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 (사진=AFP)
단순한 CEO 교체를 넘어 애플이 모든 기기의 칩을 자체 설계하는 ‘실리콘 자립’ 전략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애플이 아이폰·맥·에어팟 등 전 제품군에 자체 칩을 탑재하는 전략을 함께 이끌어 온 핵심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스로우지는 승진 직후 사내 이메일을 통해 기존에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로지로 나뉘어 있던 하드웨어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실리콘 △선행기술 △플랫폼 아키텍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 5개 팀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테슬라 등 경쟁사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조직 정비로 속도전을 예고한 셈이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는 보고서에서 “스로우지를 신설 CHO 자리에 앉힌 것이 이번 (인사) 발표에서 가장 긍정적인 변화”라며 “애플은 세계 최고의 칩 설계자 중 한 명을 붙잡아뒀을 뿐 아니라, 실리콘·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전략을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스로우지는 지난해 12월 다른 임원들이 잇따라 애플을 떠나면서 자신 역시 이직설이 돌자 이를 일축하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준 바 있다.
인텔과 IBM을 거친 스로우지는 2008년 애플에 합류, 이듬해 칩 스타트업 PA세미컨덕터를 2억 7800만달러(약 4100억원)에 인수하며 자체 칩 개발의 시동을 걸었다. 2010년 아이폰용 첫 자체 프로세서를 내놓은 이후 2020년에는 맥 중앙처리장치(CPU)를 인텔에서 자체 M시리즈로 완전 교체했다. 지난해 공개된 A19·M5 칩에는 AI 연산용 신경망 가속기가 내장됐다.
자체 칩 전략은 통신 모뎀과 무선 칩으로도 확장됐다. 애플은 2019년 인텔 모뎀 사업부를 10억달러(약 1조 4800억원)에 인수한 뒤 지난해 초 첫 자체 모뎀 ‘C1’을, 9월 출시한 아이폰19에는 ‘C1X’를 각각 탑재했다. 같은 달에는 브로드컴에 의존해온 무선 칩도 자체 개발품 ‘N1’으로 대체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말까지 모든 아이폰 모뎀이 자체 제품으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쿡 CEO 퇴임 시점에 하드웨어 통합 체제가 선택된 배경에는 AI 전략을 둘러싼 월가의 의구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2% 하락했는데, MS와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대형 기술주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클라우드 AI로 승부를 거는 경쟁사들과 달리 애플은 ‘온디바이스(기기 내 연산) AI’에 집중해왔는데, 이 전략이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스로우지는 과거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실리콘·하드웨어·소프트웨어·머신러닝을 하나의 팀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AI 경쟁력의 토대가 자체 칩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CHO 신설은 그가 강조해온 통합 구조를 조직적으로 공식화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