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5년만의 수장 교체…월가가 주목한건 후계자 아닌 '이사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후 07:1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애플이 15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교체라는 대형 인사를 단행했지만, 정작 월가의 시선은 자체 칩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자니 스로우지의 승진에 쏠리고 있다.

자니 스로우지 신임 애플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 (사진=AFP)
21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전날 팀 쿡 CEO 후임으로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을 지명하면서, 스로우지를 신설 직책인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Chief Hardware Officer)로 승진시켰다. 터너스의 CEO 취임은 9월 1일이지만, 스로우지의 직책 이동은 즉각 효력이 발생했다.

단순한 CEO 교체를 넘어 애플이 모든 기기의 칩을 자체 설계하는 ‘실리콘 자립’ 전략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애플이 아이폰·맥·에어팟 등 전 제품군에 자체 칩을 탑재하는 전략을 함께 이끌어 온 핵심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스로우지는 승진 직후 사내 이메일을 통해 기존에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로지로 나뉘어 있던 하드웨어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실리콘 △선행기술 △플랫폼 아키텍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 5개 팀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테슬라 등 경쟁사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조직 정비로 속도전을 예고한 셈이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는 보고서에서 “스로우지를 신설 CHO 자리에 앉힌 것이 이번 (인사) 발표에서 가장 긍정적인 변화”라며 “애플은 세계 최고의 칩 설계자 중 한 명을 붙잡아뒀을 뿐 아니라, 실리콘·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전략을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스로우지는 지난해 12월 다른 임원들이 잇따라 애플을 떠나면서 자신 역시 이직설이 돌자 이를 일축하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준 바 있다.

인텔과 IBM을 거친 스로우지는 2008년 애플에 합류, 이듬해 칩 스타트업 PA세미컨덕터를 2억 7800만달러(약 4100억원)에 인수하며 자체 칩 개발의 시동을 걸었다. 2010년 아이폰용 첫 자체 프로세서를 내놓은 이후 2020년에는 맥 중앙처리장치(CPU)를 인텔에서 자체 M시리즈로 완전 교체했다. 지난해 공개된 A19·M5 칩에는 AI 연산용 신경망 가속기가 내장됐다.

자체 칩 전략은 통신 모뎀과 무선 칩으로도 확장됐다. 애플은 2019년 인텔 모뎀 사업부를 10억달러(약 1조 4800억원)에 인수한 뒤 지난해 초 첫 자체 모뎀 ‘C1’을, 9월 출시한 아이폰19에는 ‘C1X’를 각각 탑재했다. 같은 달에는 브로드컴에 의존해온 무선 칩도 자체 개발품 ‘N1’으로 대체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말까지 모든 아이폰 모뎀이 자체 제품으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쿡 CEO 퇴임 시점에 하드웨어 통합 체제가 선택된 배경에는 AI 전략을 둘러싼 월가의 의구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2% 하락했는데, MS와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대형 기술주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클라우드 AI로 승부를 거는 경쟁사들과 달리 애플은 ‘온디바이스(기기 내 연산) AI’에 집중해왔는데, 이 전략이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스로우지는 과거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실리콘·하드웨어·소프트웨어·머신러닝을 하나의 팀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AI 경쟁력의 토대가 자체 칩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CHO 신설은 그가 강조해온 통합 구조를 조직적으로 공식화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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