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값 30% 오를 수도"…이란 전쟁 나비효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후 07:1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콘돔 제조업체가 최대 30%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AFP)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 카렉스(Karex)의 고 미아 키앗 카렉스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급망 상황이 매우 취약하고 (제조) 비용이 비싸졌다. 지금으로서는 (원가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망 차질이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가격 인상폭이 20~30% 정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재고는 수개월간 공급이 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카렉스는 콘돔과 윤활제, 의료용 장갑·카테터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연간 50억개 이상의 남성 라텍스 콘돔을 만들어 13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ONE’·‘트러스텍스’·‘카렉스’·‘파산테’ 등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듀렉스’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을 맡아 전 세계 콘돔 생산의 약 20%를 책임진다.

가격 인상의 근본 원인은 이란 전쟁에 따른 석유화학 원료 공급 차질이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로 중동발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콘돔 제조에 필요한 실리콘 오일과 암모니아, 그리고 포장재의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막혔다. 아시아 나프타 수입의 41%가 중동산이다.

앤지 길디아 KPMG 석유·가스 부문 글로벌 총괄은 CNN에 “원유와 디젤·휘발유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석유화학 원료와 정제품도 공급 부족”이라며 “원자재에 접근할 수 없게 된 말레이시아 같은 생산국들은 가격을 올려 비용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고 CEO 역시 “제조·포장비 상승과 함께 선적 지연도 문제”라며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선박에 묶여 있는 콘돔이 훨씬 많이 관측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교란은 원자재에 머물지 않는다. 미얀마·캄보디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연료 배급제에 돌입했고, 베트남에서는 일부 학교가 통학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재택 수업 명령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공장 근로자들의 출근까지 어렵게 만들어 미국 수출용 주요 제품의 생산·납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유가 상승이 소비지출 둔화로 이어지고, 석유 부족이 생산을 옥죄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서 특히 그렇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문제의 초점이 가격 상승에서 물리적 부족으로 이동했다”며 “아시아는 예방 단계를 넘어 실제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해협이 즉시 정상화되더라도 플라스틱 산업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원유·가스를 넘어 콘돔·의료용 장갑·플라스틱 포장재 같은 생활 밀착형 제품까지 이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중동 위기가 지구 반대편 동남아 공장과 소비자 지갑에 미치는 파급이 갈수록 구체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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