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라크 당국자들을 인용해 최근 미 재무부가 약 5억 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미 달러 현금을 실은 화물기 수송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자금은 이라크 원유 판매 대금으로, 뉴욕 연방준비은행 계좌에 보관돼 있던 것이다.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 타흐리르 광장에서 한 남성이 이라크와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사진=AFP)
미국은 또 친이란 민병대 공격이 중단되고 이라크 정부가 무장단체 해체 조치를 취할 때까지 일부 대테러 및 군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한다고 이라크에 통보했다고 WSJ는 전했다.
달러 수송 중단은 이란 전쟁이 약 8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에 이란과의 관계를 더 축소할 것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 이라크의 달러 의존도는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화물기를 통한 달러 공급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양국은 이라크 원유 판매 대금을 뉴욕 연은에 보관하고 최대 연간 130억 달러(19조 2000억원)의 현금을 이라크로 수송하기로 합의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 토미 피곳은 “이라크 정부는 민병대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있고, 정부와 연계된 일부 세력은 민병대에 정치·재정·작전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이라크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자국 이익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으며, 이라크 정부가 즉각 이란 연계 민병대 해체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내 주요 민병대인 바드르 여단, 카타이브 헤즈볼라, 아사이브 알하크 등은 정부와 금융 부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라크는 총리 선출 과정에 있으며, 이들 민병대와 이란은 친이란 성향 후보를 밀고 있다. 일부 민병대는 공식적으로 군 조직에 편입돼 있어 총리가 이들을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연임을 위해 미국에 지지를 요청하면서도 민병대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라크 민병대는 이라크의 달러 접근 구조에서도 이익을 얻어왔다. 미 재무부는 2023~2024년 민병대와 연계된 다수 은행이 허위 송금 등을 통해 달러를 빼돌린 사실을 적발해 20여 개 은행을 제재했다. 이후 민병대는 자금이 충전된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를 대량 확보해 아랍에미리트(UAE) 등지로 반출한 뒤 달러를 인출하고, 이를 다시 이라크로 들여와 디나르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는 2003년 미 침공 이후 혼란 속에서 형성됐으며, 수니파 무장세력에 맞서 시아파 지역을 방어하는 한편 미군과도 충돌했다. 이후 이란은 이들 조직에 무기를 지원했고, 2014년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확산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도 참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친이란 성향의 전 총리 누리 알말리키가 복귀할 경우 이라크에 대한 미국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말리키는 최근 후보직에서 물러났으며, 그의 정당이 속한 시아파 연합 ‘조정 프레임워크’는 바셈 알바드리라는 새로운 후보를 내세운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