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고, 파키스탄의 요청에 따라 이란 지도부가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공격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협의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한다”고 덧붙이면서도 종료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CNBC 인터뷰에서 “이란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폭격을 예상한다. 군은 언제든 출격할 태세”라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중재국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추가 협상 시간을 요청하면서 트럼프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차 협상은 이란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가까운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 때문이다”며 “현재로선 협상 재개 전망이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협상의 핵심 카드로 계속 쥐고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은 해협을 열고 싶어 한다. 하루 5억 달러(약 7380억원)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하며 “봉쇄를 풀면 절대 합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유엔(UN) 주재 이란 대사는 미국의 이란 선박 나포를 “해적 행위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협상 재개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이란 내부 분열이다. 지난 17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개방한다”고 발표하자, 혁명수비대 측 매체들이 즉각 “사전 조율 없는 무능한 외교”라며 비난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혁명수비대가 “이란 협상 대표단이 약하다”며 내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파트너로 삼아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에게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뿌리 깊은 상호 불신이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한 이란 핵 합의(JCPOA)를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중 일방적으로 파기한 전례를 잊지 않고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어렵게 합의해도 다음 정권이 뒤집을 수 있다는 불안이 협상 테이블에 항상 깔렸다.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간극도 여전히 크다. 미국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반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핵비확산조약(NPT)상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미국 역시 협상 장기화를 마냥 감당하기 어렵다. 이란전 장기화는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져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98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트럼프로서는 조기 종전의 정치적 유인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재정 압박이 협상 복귀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면적인 합의보다는 핵심 쟁점을 단계적으로 타결하는 ‘스몰딜’ 방식이 현실적 경로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란 내 강경파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상호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