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이란 특사 파견 취소…협상 국면 혼선 확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6일, 오전 09:2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을 둘러싼 외교 협상 국면이 혼선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특사 파견을 전격 취소하면서 협상 진전 기대와 회의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양측 간 신경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의 파키스탄 방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며 “이란 지도부 내부에는 심각한 내분과 혼란이 있어 누가 책임자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화를 원하면 전화만 하면 된다”고 밝혀 협상 방식과 주도권을 둘러싼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파키스탄을 매개로 이란과 간접 협상을 이어가던 흐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협상 채널을 유지한 채 압박을 병행하던 기존 전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개적으로 ‘직접 접촉’을 요구하며 판을 흔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이란 측 행보도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이날 이슬라마바드에서 중재국 인사들과 회담을 진행했지만, 미국 측 대표단 도착 전 현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과의 접촉 방식에 거리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락치 장관은 이번 방문을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외교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협상 여지를 남기면서도 미국의 접근 방식에 대한 불신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파키스탄 외무장관 이샤크 다르는 셰바즈 샤리프 총리 등과 아락치가 약 2시간 동안 회담했다고 밝혔으며,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아락치가 회담 직후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은 이번 방문이 양자 협의였을 뿐 중재 성격은 아니라며 파키스탄의 역할 확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

반면 백악관은 이란이 먼저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란이 새로운 협상을 위해 미국에 접촉해왔다”고 밝혔지만, 이란 측 설명과는 차이가 있어 협상 국면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외교적 혼선 속에서도 군사적 압박은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해상 봉쇄를 유지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해협에서 기뢰를 설치하는 선박에 대해 “즉각 사격하라”고 미 해군에 지시했다. 이는 봉쇄를 회피하려던 유조선 2척을 차단한 이후 나온 조치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긴장 고조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에너지 트레이더들은 협상 재개 여부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하며 포지션을 조정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미국의 특사 파견 계획이 공개된 이후 일시 하락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지난주 13% 상승하며 전쟁 초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이란 전쟁을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공급 충격”으로 규정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인플레이션 경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시장에서는 향후 유가 상승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급이 최소 10% 감소한 상황에서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 감소, 나아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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