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딥시크(DeepSeek) 전시물을 촬영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24일 비용을 ‘대폭 절감’한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했다. (사진=AFP)
조철군 NH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책임연구원(중국 담당)은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가 나쁘면 중국 시장도 안 된다고 단정하는데,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 중국 시장에는 거시 데이터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강력한 상향 모멘텀이 존재한다”며 “부동산이 더 이상 핵심 성장 드라이버가 아니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구조적 체질 개선의 신호”라고 했다.
궈중바오 국태해통증권 해외기관영업부 본부장도 이날 발표에서 “최근 기술·전자 섹터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금융기관을 추월했다”고 밝혔다. 부동산·금융 중심이던 중국 자본시장의 무게중심이 기술로 옮겨갔다는 수치 근거다.
◇딥시크 쇼크, 中AI 재평가 불씨 됐다
김강일 KB자산운용 글로벌멀티에셋본부 실장은 중국 인공지능(AI) 투자 논거로 딥시크(DeepSeek)를 핵심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는 “2025년 1월 시진핑 주석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악수 장면과 곧바로 이어진 딥시크의 데뷔는 상징적”이라며 “중국이 시장 친화적, 창업자 친화적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신호였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딥시크 이후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콘퍼런스에서조차 딥시크 알고리즘 언급이 쏟아졌다”며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5년 전 약 90%에서 올해 50% 수준으로 낮아졌고, 그 자리를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AI의 차별성으로는 ‘개방형 생태계’가 부각됐다. 김 실장은 “오픈AI가 가장 폐쇄적인 AI로 알려진 반면, 중국 모델은 개방형이어서 확장성이 뛰어나다”며 “최근 API 사용량에서 중국 모델들이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텐센트·알리바바를 에이전틱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지목하며 “SNS부터 쇼핑·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이 AI 에이전트와 결합할 때 가장 큰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AFP
조철군 연구원은 현장에서 직접 들은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중국 기업 경쟁력의 질적 변화를 설명했다. 첫번째 사례는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계 기업 담당자들 사이에서 “과거엔 중국 파트너사 대응이 느렸는데, 요즘은 주말 밤에도 전화 한 통이면 즉시 달려온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경기 침체 속 생존 압박이 만들어낸 경쟁 심화로 해석했다. 중국 정부가 과도한 내부 경쟁을 정책 과제로 제시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면서도, 역설적으로 스타트업 입장에선 더 저렴한 비용에 더 많은 엔지니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또 미중 갈등 당시 리쇼어링을 검토하던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 남기로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혁신을 하면서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어서, 지금 이탈하면 나중에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다는 공포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진정한 체력을 검증하는 가장 똑똑한 훈련장”이라고 표현했다.
◇휴머노이드·수소…“열광할 때 오히려 조심”
낙관론 일변도는 아니었다. 고정희 한화자산운용 멀티에셋운용팀 부장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기업 수익성으로 이어지려면 러닝커브를 버텨낼 시간이 필요하다”며 “초기 과도한 기대가 반영된 섹터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예로 들며 “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되는데 시가총액에는 50~60%가 이미 반영된 경우도 있다”며 “수소·고체전지처럼 초기 투자 비용은 크지만 가시성이 낮은 섹터도 자본시장에서 열광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원은 중국 투자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 전략과 배치되는 기업 배제(정부 정책을 ‘옵션’이 아닌 ‘생존 가이드라인’으로 볼 것) △이익의 질 확인(장부 이익이 많아도 현금흐름이 지속 마이너스면 배제) △거버넌스 점검(번 돈을 본업 외에 유용하는 경영진 여부)이다. 그는 “2016년부터 ‘부동산은 투기용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정부 정책을 무시하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례, 2021년 사교육 섹터 규제가 그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3인이 꼽은 하반기 최대 변수는
하반기 중국 시장 향방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로는 밸류에이션, 이익, 수급이 꼽혔다. 고정희 부장은 “모든 불확실성과 기대가 녹아있는 단 하나의 지표가 밸류에이션이다. 귀를 막지 말고 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강일 실장은 “지난해 중국 AI 재평가는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이익이 따라오지 않았다. 이제는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 전제 조건이 민간 기업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고 했다.
조철군 연구원은 “코로나와 헝다(에버그란드) 사태 이후 중국 가계 저축이 167조 위안(약 3경 6235조원, GDP 대비 약 120%)까지 급등했다. 이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유입되느냐가 핵심이며, 그 속도는 중국인들의 자국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