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에 사고 전쟁에 판다"…美·유럽 방산주 상승분 반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6일, 오후 03: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정점을 찍은 가운데 글로벌 방산주가 오히려 일제히 하락했다. 생산 병목과 미국 국방 예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고 있어, 시장에서는 “긴장에 사고 전쟁에 판다(buy the tension, sell the war)”는 격언이 재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사진=AFP)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대형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러먼, RTX, L3해리스,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주가는 미국이 지난 2월 말 이란을 폭격한 이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두 달간 미국 군의 막대한 탄약 소모로 생산 적체가 부각됐는데도 주가는 거꾸로 움직인 것이다. 록히드마틴은 약 5%, 노스럽그러먼과 RTX는 각각 약 10% 떨어졌다.

글로벌 자금 흐름도 비슷하다. 미국 대형 방산주에 비중을 둔 운용자산 140억달러(약 20조 7000억원) 규모의 ‘아이쉐어즈 미 항공우주·방산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분쟁 발발 이후 약 10억달러(약 1조 4800억원)가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에너지·유틸리티 같은 ‘안전자산’ 섹터로 자금을 옮긴 결과다.

배경에는 ‘기대 선반영 후 차익실현’ 패턴이 있다.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러먼, RTX는 분쟁 직전까지 1년간 약 50%씩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난해 국방예산 증액 요구, 우크라이나·중동 분쟁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멜리우스리서치의 스콧 마이커스 애널리스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그리고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 때도 비슷한 시장 흐름이 나타났다”며 ‘긴장에 사고 전쟁에 판다’ 패턴이 재연됐다고 분석했다.

생산 병목도 발목을 잡았다. 미군은 지난 두 달간 이란전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약 1000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미 해군 예산에 편성된 토마호크 58발의 약 20배에 달한다.

그레이밸류매니지먼트의 스티븐 그레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은 (탄약을) 생산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소모했다”며 “방산기업들은 선급금을 받아도 통상 인도가 끝난 뒤에야 이익이 잡힌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론 엡스타인 방산·항공우주 애널리스트는 “이들 방산기업의 매출 성장은 수요가 아니라 ‘생산능력’에 의해 제약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7회계연도 국방 예산을 50% 늘려 1조 5000억달러(약 2216조 2500억원)로 책정한 예산안을 발표했다. 펜타곤은 미사일 조달 예산을 189%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RTX 자회사 레이시온이 토마호크를 생산하는 만큼 RTX는 이란전쟁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다만 엡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예산안 의회 통과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기 때문에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간선거가 더해지면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번 이란전쟁에서 드론·자율 미사일이 부각되면서 대형 방산업체가 차세대 저비용 무기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와도 미국 무기 공급망 참여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 방산주 사정도 비슷하다. MSCI 유럽 항공우주·방산 지수는 3월 9.2% 하락하며 5년 만에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체코 방산업체 CSG는 분쟁 발발 이후 약 3분의 1이 빠졌고, 독일 라인메탈과 렝크는 약 10%, 스웨덴 사브는 약 12%씩 떨어졌다.

버티컬리서치의 로버트 스탤러드 애널리스트는 “‘피크 디펜스(방산 정점)’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연 50% 이상 늘리는 미 국방 예산안에 예상 못 한 분쟁까지 겹쳤는데, 여기서 더 어떤 상승 여지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