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은 25일(현지시간) 오후 8시 35분께 워싱턴DC 힐튼 호텔 보안 검색대 앞에서 발생했다.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31)은 현장에서 체포됐고, 피격된 경호 요원은 방탄복 덕에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총성이 가라앉은 이후 ‘보안 허점’을 둘러싼 의문이 쏟아졌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연례 만찬 도중 한 남성이 행사장 밖에서 보안 인력을 향해 산탄총을 발사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호 인력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행사장인 워싱턴 힐튼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호텔 외부에서 총격을 당한 장소이기도 하다. 워싱턴에서는 여전히 ‘힌클리 힐튼’이라 불리는 이 호텔은 1100개 이상의 객실과 광대한 연회 공간을 갖춘 대형 숙박 시설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건이 보안 체계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행사장 진입 과정을 보면, 호텔 입구에서 초대장만 제시하면 큰 제지 없이 입장이 가능했고, 금속탐지기는 연회장으로 내려가는 구간에만 설치됐다. 사건 전날 호텔에 투숙한 앨런 역시 범행 전 작성한 매니페스토(선언문)에서 “10피트마다 무장 요원, 곳곳의 금속탐지기를 예상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며 허술한 보안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적었다.
현직·전직 법집행 당국자들은 탐지기 전방의 모든 연회장 출입구가 봉쇄되고 요원들이 상시 배치됐다는 점에서 단일 검색대 체계가 외관만큼 취약하진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방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텍사스주)은 블룸버그에 “외곽 경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의 숀 커런 국장은 성명에서 “다층 보호 체계가 작동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반박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비밀경호국과 DC 경찰 모두 훌륭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힐튼은 특별히 안전한 건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반역자”…1000자 매니페스토의 내용
블룸버그가 입수한 법집행 당국의 인텔리전스 프로파일에 따르면, 앨런은 범행 8개월 전인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의 총기 판매점에서 12구경 산탄총을, 지난 2023년 10월에는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론데일의 총기점에서 반자동권총을 각각 구입했다. 이후 기차(암트랙)로 LA→시카고→워싱턴DC 노선을 이동한 뒤 사건 전날 워싱턴 힐튼 호텔에 투숙했다.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한 약 1000자 분량의 문건에서 앨런은 트럼프 대통령을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반역자가 내 손을 더럽히도록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썼다. 문건은 행정부 인사들을 ‘최우선 목표’로 명시하고, 비밀경호국은 ‘필요한 경우에만 표적’으로, 호텔 직원과 투숙객은 ‘전혀 표적이 아니다’라고 구분했다.
앨런은 이민자 구금 시설 학대 의혹, 카리브해·동태평양에서의 선박 공격, 이란 초등학교 폭격 등을 언급하며 행동의 명분을 밝혔다. 그는 자신을 “우호적인 연방 암살자”라고 서명했으며, 희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알 대신 산탄을 쓰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2017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기계공학 학사를 취득하고 2025년 캘리포니아주립대 도밍게스힐스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친 앨런은 평소 수학·과학 과외 교사로 일했다. 이웃과 학생들은 “전혀 예상 못 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고교생 막스 해리스는 NYT에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가족의 신고 경로도 확인됐다. 앨런은 범행 직전 친족에게 문건을 보냈으며, 코네티컷주 뉴런던 경찰은 총격 약 2시간 뒤 “관련 정보가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아 연방 수사기관에 이첩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총격 사건 용의자와 관련된 주택 인근에 FBI 전술팀이 장갑차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자신이 추진해온 백악관 연회장 신축 프로젝트의 명분으로 즉각 활용했다. 4억달러 규모의 9만 평방피트(약 8361㎡·약 2529평) 연회장 건설 계획은 역사보존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 포 히스토릭 프리저베이션의 소송과 연방지방법원의 착공 금지 명령으로 난항을 겪어 왔다.
미 법무부는 역사보존단체 측 변호인에게 서한을 보내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27일 오전 9시까지 착공 금지 명령 해제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통보했다. 서한에서 브렛 슈메이트 민사담당 법무부 차관보는 “백악관 연회장은 수십 년간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하고 워싱턴 힐튼에서의 암살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의원 두 명도 연회장 건설 완료를 보장하는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회장을 대안 장소로 언급하고 있지만, 기자단 만찬은 백악관이 아닌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가 주최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장소 이전 논의는 간단치 않다. WHCA 회장인 웨이자 장 CBS 기자는 “이사회가 조만간 모여 향후 행방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차 보안·정치 폭력 우려 재점화
이번 사건은 대중교통 보안 문제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앨런은 암트랙 열차편으로 총기를 운반했지만, 미국에서 기차 탑승 시 항공기와 달리 총기 소지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은 규제 강화 논의에 대해 “이번 사건의 핵심은 법 개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내 정치 폭력에 대한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암살 시도를 당해 귀를 다쳤고, 같은 해 플로리다 골프장에서 두 번째 위기를 넘긴 바 있다. 당시 보안 허점에 대한 비판을 받은 비밀경호국 입장에서 이번 사건은 세 번째 대형 위기다.
앨런은 연방 폭력 범죄 중 총기 사용, 연방 공무원 위험 무기 폭행 등 2개 혐의로 기소됐으며 추가 기소도 예상된다. 27일 연방법원에서 첫 출두가 예정돼 있다. 수사 당국은 이란 연계 가능성을 배제하고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지만, 앨런은 현재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자신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사진을 게재했다. 용의자는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 거주하는 31세 남성 콜 토머스 앨런으로 확인됐다.(사진=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