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코로나 백신 연구 훔친 中해커 미국에 인도키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7일, 오전 11:3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탈리아 정부가 미국이 해킹 혐의로 신병을 요구해온 중국인 남성을 미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백신 연구 자료를 훔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인물로, 최근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누그러뜨릴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르자 멜로니(왼쪽) 이탈리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인 쉬쩌웨이(33)의 미국 인도 결정을 내렸다”며 이탈리아 법원이 이달 인도 가능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쉬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6월 사이 중국 정부 지시로 미국 대학과 면역학·바이러스학 연구진을 해킹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검사 관련 연구 자료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송금사기, 신원도용 가중처벌, 보호대상 컴퓨터 무단 접근 등 9개 혐의로 텍사스 남부 연방지법에 기소됐다.

중국 측 의뢰인은 국가안전부(MSS) 상하이 국가안전국(SSSB)으로 지목됐다. 미 검찰은 쉬가 상하이 보안업체 ‘파워록(Powerock) 네트워크’ 소속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익스체인지 서버 취약점을 노린 ‘하프늄’(HAFNIUM) 해킹 캠페인에도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캠페인이 미국 기관 6만여곳을 표적으로 삼고 1만 2700여곳에 실제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쉬는 지난해 7월 3일 미국 요청에 따라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블룸버그 보도 직전인 25일까지 인근 파비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쉬의 변호사인 엔리코 자르다는 “정부의 공식 인도 결정문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쉬는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르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동명이인 오인’의 피해자라며, 2020년 휴대전화를 도난당해 누군가 계정을 도용했을 가능성을 주장해왔다.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또다른 중국인 장위(44)는 현재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법무부는 논평을 거부했고, 로마 주재 미국 대사관은 미 법무부에 문의를 돌렸으나 법무부는 즉답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미·이탈리아 관계 회복 신호로 읽힌다. 두 정상은 최근 이란 전쟁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멜로니 총리는 일방적으로 이란 공습을 결정한 미국과 거리를 두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에 미온적’이라며 비판했던 레오 14세 교황을 옹호하며 갈등을 키웠다.

2022년 말 집권한 멜로니 총리는 이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외교를 펴왔다. 공공조달과 이탈리아 주력 기업 관련 사안 등에서 미·중 사이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인도 결정은 미국 쪽으로 무게추를 옮긴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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