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7일(현지시간)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전년 대비 2.9% 늘어난 2조 887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냉전 이후 가장 적었던 1998년의 2.3배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줄어들었던 군사비 지출은 2000년대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부터 가속도가 붙었다.
증가세를 견인한 건 유럽이었다. 전년보다 14% 늘어난 8640억달러(약 1274조원)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검토를 시사한 데다 러시아 위협이 커지면서 자체 방위력 증강이 시급해진 영향이다.
상위 3개국인 미국·중국·러시아는 총 1조 4800억달러(약 2178조원)를 지출해 전 세계 군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가·지역별로 살펴보면 독일이 전년 대비 24% 급증한 1140억달러(약 168조원)를 기록해 미국·중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폴란드(23%)·이탈리아(20%)도 크게 늘었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5.9%, 20% 증가하면서 유럽 증가분의 20%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군사비 지출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오세아니아는 8.1% 증가했고, 중국(2위)이 7.4%, 인도(5위)가 8.9%, 일본(10위)이 9.7%씩 늘렸다. 일본의 경우 GDP 대비 비중이 1.4%로 195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에 대해 SIPRI는 일본이 중국·북한에 대한 안보 우려로 군비 확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 역시 군사비 지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82억달러(약 26조 7795억원)로, 1988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군의 대만 주변 군사훈련 확대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비율은 전년보다 0.1%포인트 오른 2.5%를 기록했다. 정부 지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9%에 달해 각국이 재정 압박에 직면했다. 경기둔화 속에서도 군사비가 급증한 유럽에서는 다른 예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핀란드 “국가 존립 위해 복지 깎겠다”…반발 시위도
복지 삭감에 가장 적극적인 사례는 1300㎞ 국경에서 러시아와 맞댄 핀란드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 22일 발표한 2027~2030년 재정계획에 의료·사회복지 등 5억 4000만유로(약 9317억원) 규모의 신규 세출 삭감을 담았다. 의료시설 이용료를 올리고 복지서비스 단체 지원도 줄인다. 반면 국방에는 11억 3000만유로(약 1조 9497억원)를 추가 배정해 병사 모집·훈련, 장비 보강에 투입한다.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현재 2.5% 수준에서 2030년 3.2%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국가 존립을 위해 복지를 줄여서라도 국방을 두텁게 한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이에 맞서 “삭감 반대, 사회안전망을 지켜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재정계획 협의가 막바지에 접어들던 21일 수도 헬싱키에서는 600명 규모 시위가 열렸다. 국방비 증액·복지 삭감이 수년째 이어지며 ‘긴축 피로’가 누적된 결과다. 핀란드 사회보건협회는 “충격적 삭감은 정부가 압박해 온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장 가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재정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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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군사대국인 독일과 군사비 2위 지출국인 영국도 복지개혁 방침을 내놨다. 네덜란드는 국방재원 확보를 위해 ‘자유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여론이 반발하는 복지 삭감·증세를 본격 단행한 나라는 많지 않다. 폭넓게 활용되는 재원책은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대외원조 예산 삭감이지만, 군사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대대적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프랑스는 올해 예산에서 국방비를 13% 늘리고 2030년까지 매년 증액할 계획이다. 대신 저출산을 이유로 공립학교 교원을 4000명 감축하는 등 다른 분야 지출을 조인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프랑스에서는 학부모·교사 반발이 거세, 올해 들어 파리·보르도 등에서 교원 감축 반대 시위·파업이 잇따랐다. 유럽 집권당들은 사회보장 개혁을 추진할수록 극우 등 야당 지지율이 오르는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
SIPRI 군사지출·무기생산 프로그램의 샤오 량 연구원은 “지금은 국방비 확대라는 장기 추세의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대외원조 삭감처럼 반발이 적은 수단만으론 재원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