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먼저, 핵은 나중’…트럼프, 이란 새 제안 검토(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8일, 오전 08:5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새로운 협상안을 검토하면서 미·이란 간 교착 상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다만 핵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 입장 차가 여전해 협상 돌파구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팀과 회의를 열고 이란의 최신 제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회의를 진행했으며 해당 제안이 논의됐다”고 확인했다.

이번 제안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이후 핵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적 접근’이 핵심이다. 이란은 전쟁 종료와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를 조건으로 해협을 다시 개방하고, 이후 핵 프로그램 문제를 협상하자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핵 문제에서 협상이 번번이 막히는 상황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은 이란에 대해 핵 프로그램 20년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전량 이전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과도한 요구라며 거부해왔다.

이란은 앞선 제안이 거부되자 협상 순서를 바꾸는 방식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백악관은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합의만을 추구한다”며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이란이 말하는 해협 개방은 사실상 ‘이란의 허가를 받아야 통과할 수 있고, 비용을 내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국제 수로의 개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란은 매우 능숙한 협상가들이며 시간을 벌려 한다“며 ”어떠한 합의도 이란이 핵무기로 질주하는 것을 확실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기 전까지는 봉쇄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란의 ‘선(先) 해협-후(後) 핵’ 구상이 수용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적 해법 모색은 이어지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사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됐던 2차 협상을 전격 취소했다. 이는 이란 측이 미국과 직접 접촉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외무장관이 현지를 떠난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대면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지만, 양측은 제3국을 통한 간접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안의 또 다른 특징은 호르무즈 해협을 경제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점이다. 이란은 해협이 재개방될 경우 통과 선박에 통행료나 서비스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선박당 최대 200만달러 수준의 비용이 거론된다.

그러나 오만 등 걸프 지역 국가들은 국제 수로에 대한 과금에 반대하고 있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을 협상 교착을 풀기 위한 ‘전술적 순서 변경’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국장은 ”이는 협상 초기 단계에서 핵 문제로 협상이 무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체면 살리기식 접근“이라며 ”호르무즈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어려운 쟁점은 뒤로 미루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쟁과 제재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협상 여건은 악화일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산업 기반이 크게 훼손된 데다, 미 해군의 봉쇄로 주요 항구를 통한 수입이 막히면서 경제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식량 등 필수 물자의 재고가 수주 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파키스탄과 터키를 통한 육로 수송, 러시아 경유 해상 운송 등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정치적 상황도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이란에서는 혁명수비대 고위 장성들이 전쟁과 협상 전략을 주도하고 있으며, 의회 역시 협상팀 지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강경파 일부는 협상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내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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